엔트리 합류 당시 대기조 투수라고는 했으나 로테이션 상 합류가 가능했다. 선수 입장에서도 외국인 투수로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만큼 백조로의 화려한 날개를 펼쳐야 한다. 첫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며 수세에 몰린 SK 와이번스가 데이브 부시(33)를 3차전 선발로 내세운다.
2012 한국시리즈에서 격돌 중인 삼성 라이온즈와 SK는 2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지는 시리즈 3차전 선발로 각각 배영수와 부시를 예고했다. 선발 카드의 무게감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2승을 먼저 거둔 삼성 쪽으로 승리 예상이 기우는 분위기다.
배영수는 올 시즌 26경기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1에 개인 통산 100승 고지를 밟는 등 화려하게 부활하며 주축 선발 자리를 찾았다. 또한 휴식기 동안 청백전 두 경기에 나서 8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평균자책점 1.13)으로 청백전 2경기 평균자책점 1.00을 기록한 미치 탈보트와 함께 선발 투수들 중 가장 성적이 좋았다.

반면 지난 6월 어깨 부상으로 한국을 떠난 아킬리노 로페즈의 바통을 이어받은 부시는 17경기 4승 6패 평균자책점 4.43으로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밀워키 시절 한 시즌 12승을 올리기도 했던 전력의 부시지만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샀다. 후반기 11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4.88로 페이스가 좋지 않은 편이었던 점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엔트리 낙마로 이어지기도 했다.
위안을 삼을 부분은 삼성전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2.55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정도. 그러나 애초 파워피처가 아닌 기교파 투수인 만큼 분위기가 달아오른 삼성 타선을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만수 감독은 26일 훈련장에서 "전투적이고 마인드가 된 선수다. ML 50승이 헛된 것이 아닐 것이다. PO 4차전 당시 호투를 펼친 마리오 산티아고의 모습을 부시에게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으나 이는 확신보다 바람의 뜻이 크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은 22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 나섰고 당시 1⅔이닝 3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던 만큼 굳이 하루 앞당긴 로테이션 운용으로 부담을 줄 필요가 없는 것이 사실. 김광현은 4차전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부시가 투구 안정도 면에서 우위에 있지 않은 만큼 이는 SK가 계투 필승조 박희수나 엄정욱을 초반에 당겨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정욱은 지난 24일 1차전 당시 불펜에서 몸을 풀기는 했으나 윤희상의 3실점 완투로 경기에는 출장하지 않았고 올 시즌 홀드 신기록 보유자(34홀드)가 된 박희수도 아직 한국시리즈에 등판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 선발로 나섰던 송은범의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지만 5차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역전승 숨은 일등공신인 채병룡이 계투로 대기 중이다. 또한 하루 쉬고 치르는 3차전인 만큼 2차전 계투로 나섰던 최영필-이재영-박정배의 3차전 투입도 가능하다. 좌완 정우람은 마무리 투수인 만큼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투입될 전망이다.
2차전에서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의 교체 타이밍을 놓치며 완패했던 SK. 그러나 1차전 선발 윤희상의 완투패 분전으로 필승 계투진은 꽤 피로도를 씻고 체력을 회복한 상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부시의 호투에 이은 박희수-정우람이 경기를 매조지는 것이 되겠지만 부시의 승리 가능성을 확신하기는 힘든 3차전이다. 수세에 몰린 SK의 3차전은 여차하면 계투진 주요 선수들을 ‘당겨쓰는’ 총력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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