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두 경기에서 모두 지며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SK에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주축 투수 송은범(28)의 몸 상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SK 왕조 구축의 일등공신 중 하나인 송은범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시즌 막판 구위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데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는 어긋났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나섰던 송은범은 4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되며 고개를 숙였다.
송은범은 당시 상황에 대해 “몸이 늦게 풀렸다. 준비를 잘못했던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문제는 몸 상태다. 몸 상태만 좋다면 언제든지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투수다. 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컨디션을 끌어올릴만한 충분한 시간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활용 방안도 애매해지는 형국이다.

이상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드러났다. 정상적인 로테이션이었다면 송은범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나서야 했다. 그럼에도 SK는 마리오를 일찍 당겨썼다. “마리오의 컨디션이 좋다”라는 게 SK 벤치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송은범에게 불펜행을 지시했다. 여차하면 중간에 투입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송은범의 선발 로테이션 탈락이 가시화되는 수순이었다.
송은범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이만수 SK 감독도 인정했다. 이 감독은 26일 문학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송은범은 팔꿈치가 아파서 3차전 선발로 넣을 수가 없다. 그것 때문에 성준 투수코치의 머리가 아프다. 고민이 많아 잠도 못 잔다”라고 우려를 표시한 뒤 “한국시리즈 선발 로테이션은 3차전 빼고는 다 정해져 있었다. 송은범 때문에 3차전이 항상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SK는 3차전 선발로 송은범 대신 외국인 투수 데이브 부시를 선택했다. 4차전 선발은 김광현으로 결정됐다.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다시 윤희상 마리오가 대기한다. 선발진이 구축된 상황에서 송은범을 활용할 곳은 불펜 밖에 없다. 하지만 이도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어렵다.
당장 이 감독은 “3차전에는 채병룡을 1회부터 준비시키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송은범의 활용 방안은 다시 한 번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자칫 잘못하면 송은범이라는 유용한 카드를 써먹어보지도 못할 수 있는 S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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