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전원이 고른 활약을 펼친 KDB생명이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치열한 명승부 끝에 KB스타즈에 승리를 거뒀다.
개인 통산 2000득점의 대기록을 세우며 내외곽을 종횡무진한 조은주와 고비 때마다 외곽포를 터뜨린 한채진,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신정자와 노련하게 경기를 이끌어간 이경은, 어디서든 제 몫을 해준 곽주영 등 주전 선수 전원의 고른 활약이 뒷받침된 KDB생명이 재연장까지 가는 혈투의 승자가 됐다. KDB생명은 26일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린 KDB금융그룹 2012-2013시즌 여자프로농구 경기서 KB스타즈에 89-87로 승리를 거뒀다.
신한은행을 견제할 대항마로 손꼽혔던 두 팀의 대결은 치열했다. 에이스 변연하를 앞세운 원정팀 KB스타즈는 홈팀 KDB생명을 거칠게 밀어붙였고, 예상 외의 부진으로 우승후보라는 이름에 상처가 남은 KDB생명도 필사적인 맞불작전으로 나왔다. KDB생명은 '정자신' 신정자가 올 시즌 첫 트리플 더블(13득점, 16리바운드, 11어시스트)을 기록하며 분전했고 조은주가 19득점, 한채진이 18득점, 이경은이 17득점, 곽주영이 16득점 등 주전 전원이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변연하(30득점)와 정선화(23득점)이 분전한 KB스타즈를 꺾었다.

변연하의 맹활약으로 1쿼터를 23-20으로 앞선 채 끝냈던 KB스타즈는 2쿼터 초반까지 33-33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후 KB스타즈가 양선희의 교체 투입과 변연하의 맹활약으로 단숨에 리드를 잡아 42-35로 앞서나갔다. 변연하는 2쿼터 종료 직전 반칙을 이끌어내며 자유투 2개까지 성공시켜 44-38로 앞선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전반까지 20점을 쏟아부으며 KB스타즈의 리드를 이끈 변연하는 후반 KDB생명의 집중 마크에 묶여 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3쿼터 초반 KDB생명이 곽주영의 연속 득점으로 46-44까지 따라붙었고 한채진의 외곽슛이 시원하게 림을 가르며 46-47 역전에 성공했다.
KDB생명의 분위기에 휩쓸린 KB스타즈는 턴오버까지 범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변연하를 향한 집중 마크는 효과적으로 KB스타즈의 득점을 봉쇄했고 조은주의 2점슛까지 터지며 점수가 벌어졌다. 하지만 곽주영이 4반칙 파울트러블로 벤치로 물러나면서 KDB생명이 주춤하는 기색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KB스타즈의 존 디펜스에 걸려 공격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경은과 한채진의 연결 플레이로 3점슛이 또 한 번 림을 가르며 점수는 57-50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터진 한채진의 3점슛은 이날 침묵하던 강아정의 외곽포를 깨우는 계기가 됐다. 자유투로 첫 득점을 기록한 강아정은 3쿼터 종료를 1분여 남기고 추격의 3점슛을 터뜨려 57-55, 2점차로 점수를 좁혔다. 득점의 물꼬를 튼 강아정은 3쿼터 종료 직전 뱅크슛까지 성공시키며 연속 7득점으로 57-57 동점을 만들어냈다.
두 팀은 최후의 4쿼터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며 치열하게 접전을 펼쳤다. 변연하가 기습적인 3점포를 터뜨리자 신정자의 레이업슛과 이경은의 외곽포가 불을 뿜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동점과 재역전이 반복됐다. 하지만 68-70으로 끌려가던 순간, 변연하가 벼락같은 3점슛을 또 한 번 성공시키며 승부를 뒤집었다. 여기에 정선화가 곧바로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내며 승기를 굳혔다.
74-72로 2점 앞서고 있던 KB스타즈는 경기 종료 2초 전 정미란이 이경은에게 파울을 범하며 자유투 2개를 내주고 파울아웃당하는 뼈아픈 악수를 뒀다. 자유투 2개에 연장승부냐 패배냐가 달려있는 상황에서 이경은은 침착하게 2구 모두 성공시키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연장전 동안 4번이나 동점을 기록하며 치고 받던 두 팀의 대결은 연장 종료 6초를 남겨두고 조은주가 파울 자유투 2구를 성공시키면서 KDB생명의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종료 부저가 울리는 순간 터진 정선화의 버저비터 2점슛으로 두 팀은 2차 연장까지 들어가게 됐다.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KB스타즈는 홍아란마저 파울아웃, 박세미를 투입해 경기를 끌고갔다.
연장 막판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가져왔던 조은주가 외곽에서 3점슛을 터뜨리며 83-80으로 마지막 리드를 가져왔다. 그러나 2차 연장 종료를 3분 여 남긴 상황에서 5반칙을 범한 신정자가 코트를 물러났고 추격에 불을 당기던 KB스타즈의 강아정도 파울아웃되면서 승부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공격 리바운드와 자유투에서 앞서나간 KDB생명이 조금씩 점수를 벌리며 결국 89-87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편 이날 경기서 변연하는 3점슛 800개, 정미란은 리바운드 1000개를 기록했으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KDB생명의 조은주는 개인 통산 2000득점의 대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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