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큰 것 한방이 터져야 이긴다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2.10.27 06: 54

“10년전보다 힘과 실력은 떨어졌지만 경험이 쌓인 게 있어서 그런 타구가 나온 모양이다.”
“포크볼이 제대로 들어왔으면 파울이 됐을지 모르지만 약간 높게 들어와 변화구 타이밍을 맞춘 게 홈런이 됐다.”
삼성과 SK가 23일 대구구장에서 개막된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회말 윤희상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날린 이승엽(36)은 자신도 기선을 제압하는 홈런에 놀랍고 반가운 모양입니다.

타구는 처음에 파울이나 담장 부근에서 잡힐 것으로 여겨졌지만 힘있는 이승엽의 밀어치기가 ‘큰 것 한방’으로 변했습니다. 삼성의 3-1 승리, 이승엽은 데일리 MVP 수상.
다음 날 24일 2차전에서는 거포 최형우(29)가 짜릿한 그랜드슬램을 폭발시키며 2연승을 이끌었습니다.
최형우는 2-0으로 리드한 3회 2사 만루에서 마리오 산티아고의 4구째 바깥쪽 높은 124km 체인지업을 공략,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 만루 홈런을 쏘아올렸습니다.
승부를 가른 한 방이었고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김유동(OB. 1982년), 김동주(두산. 2001년)가 삼성을 상대로 터트리며 팀 우승을 이끈 만루홈런에 이어 세번째 그랜드슬램입니다.
경기 후 최형우는 "1회보다 마리오의 변화구가 밋밋했다. 4개 연속 변화구가 들어왔고 타이밍에 맞아 홈런이 됐다"며 좋아했습니다. 삼성의 8-3 승리, 최형우 데일리 MVP 선정.
프로야구 모든 경기가 결정적인 홈런이 승부를 판가름하지만 특히 선수들의 집중력이 최고조로 오른 포스트시즌에서는 큰 것 한방이 승패를 결정짓고 팀 분위기를 바꾸어 놓습니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대결한 롯데는 1차전에서 3-5로 지고 있던 8회에 박준서가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날려 연장 10회에 8-5로 이겼습니다.
2차전에서도 롯데는 9회에 용덕한이 역전 투런홈런을 때려 2-1로 승리했습니다.
두산도 3차전에서 최준석이 1회에 사도스키를 강판 시키는 투런홈런을 날려 7-2로 이겼으나 1, 2차전에서 기세가 더 올랐던 롯데는 4차전에서 3-0으로 가볍게 완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2점으로 승부가 많이 갈려 ‘2점 시리즈’로 불리운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1차전에서 신명철의 4회 좌중간 2타점 2루타로 2-0으로 이기고 2차전에서는 6회에 배영섭이 2사만루 기회에서 박희수를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려 2-1로 2연승했습니다.
SK가 3차전에서 박재상의 4회말 솔로포로 선제점을 뽑아내고 2-1로 이겨 쫓아갔으나 삼성은 분수령이 된 4차전에서 4회말 신명철이 역전 투런홈런을 날려 8-4로 역전승했습니다. 삼성은 4차전에서는 강봉규가 4회에 솔로포를 때려 1-0으로 승리, 순식간에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었습니다.
SK는 올해 3차전에서 이호준, 최정, 박정권, 박재상, 정근우 등이 큰 것 한방을 날려 지난 해와 같이 추격의 계기를 마련해야 싱겁게 끝날 것 같다는 일반적 전망을 날려 버릴 수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차전에서 파블로 산도발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최고 투수 저스틴 벌랜더를 상대로 홈런 두방을 터뜨려 강판 시키고 5회에도 솔로홈런을 날려 월드시리즈 한 경기에서 홈런 3개를 기록한 역대 4번째(종전 베이브 루스 2회, 레지 잭슨, 앨버트 푸홀스) 선수가 됐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산도발의 대폭발에 힘입어 8-3으로 승리하고 기세가 올라 2차전도 2-0으로 이겨 2연승을 올렸습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던 디트로이트의 에이스 벌랜더는 산도발의 잇따라 터진 큰 것 한방 때문에 참담하게 무너졌고 팀은 사기가 가라앉았습니다.
산도발은 지난 7월에 열린 올스타전에서 주전 3루수로 출전해 아메리칸리그의 선발로 등판한 벌랜더를 상대로 팀이 1-0으로 앞선 1회 2사 만루에서 주자일소 3타점 3루타를 때려 벌랜더를 무너뜨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산도발의 활약으로 내셔널리그가 승리했고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가 먼저 홈 2연전을 치르는 계기가 됐으며 첫 상대가 디트로이트가 됐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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