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W 리포트/DAY 5①] 여자의 또 다른 이름 ‘여자’
OSEN 황인선 기자
발행 2012.10.27 09: 04

- 26일 용산 전쟁기념관서 ‘정혁서&배승연, 김석원&윤원정, 홍은주, 박윤정 외 1인’ 쇼 열어
‘2013 S/S 서울패션위크’가 벌써 5일째 계속되고 있다.
26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는 5년 이상의 독립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정혁서&배승연(Steve J & Yoni P), 김석원&윤원정, 홍은주, 박윤정 외 1인이 무대를 장식했다.

이들의 무대를 다 보고 난 뒤 여자를 말하는 또 다른 이름의 여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또 다른 이름의 여자를 디자이너 컬렉션 순서에 따라 옮기면 ‘소녀, 여왕, 여신, 엄마’다. 여자의 인생에 한번쯤 경험하거나 앞으로 경험해야 할 또는 꿈꾸는 바로 우리네 모습이다.
▲ 정혁서&배승연(Steve J & Yoni P), 빛바랜 사진 속 ‘소녀의 기억’
스티브J & 요니P 컬렉션에서 찾은 여자의 또 다른 이름은 ‘소녀’다.
런웨이는 3인조 어쿠스틱 밴드 'Lee Rang'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시작됐다. 서정적인 분위기 속 위트가 담겨있는 노랫말처럼 쇼 역시 수줍지만 재기발랄한 소녀와 소년을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러운 느낌의 오가닉 코튼과 거칠고 자유로운 느낌의 데님, 자수 혹은 레이스와 스팽글 등의 믹스매치가 다시 한 번 ‘소녀다움’의 향수를 자극했다. 브랜드 관계자는 컬렉션 콘셉트의 소녀에 대하여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가늘게 딴 데이지 꽃목걸이를 맨, 입가에 웃음기 가득한 소녀”라고 표현했다.
화이트 컬러를 바탕으로 블루, 스카이블루, 그레이, 그린, 카키 등 자연에서 엿볼 수 있는 컬러가 조화를 이루었으며, 바다를 연상시키는 잔잔한 스트라이프 패턴과 다채로운 식물을 연상하게 만드는 페이즐리 무늬, 플로랄 문양 등이 등장했다.
여기에 컬렉션 콘셉트인 ‘부둣가 마을 Pier 11'이 하얀 배경 뒤 스케치로 등장했으며,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상황, 배경 등의 단어 ’hope, sweet, sea, tree, ice cream, mind, ocean‘ 등을 모델의 팔과 다리에 보라색 레터링 타투로 아기자기하게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 김석원&윤원정(ANDY & DEBB), 중세에서 걸어 나온 ‘여왕의 자화상’
앤디 앤 뎁 컬렉션에서 찾은 여자의 또 다른 이름은 ‘여왕’이다.
이번 컬렉션은 중세 트럼프 카드 캐릭터를 현대적 우아함과 구조적 실루엣으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때문인지 왕 또는 여왕의 생김새를 한 프린트가 카드처럼 위아래로 데칼코마니 형태 또는 패턴처럼 등장해 초현실주의의 분위기를 냈다.
주로 사용된 소재는 광택이 나면서도 부드러운 실루엣을 낼 수 있는 실크와 속살을 가볍게 비추는 하늘거리는 오간자, 크레이프 등으로 우아하고 고혹적인 클래식한 페미닌 룩을 완성했다.
컬렉션에서 눈길을 끄는 건 ‘러플 칼라’다.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시대에 등장한 부채를 펼친 것처럼 옷깃의 목 뒤를 세운 팬 칼라 스타일 또는 러플을 활용한 스탠딩 칼라 장식이 구미를 당기게 했다. 단, 오늘날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구조적이고 모던하게 변주를 주었다.
남성복은 러플 디테일을 셔츠에 활용한 전형적인 테일러 슈트다. 여기에 보타이로 신사의 품격을 높이는 마무리를 주었다. 한 눈에 봐도 ‘앤디 앤 뎁’이었다.
▲ 홍은주(ENZUVAN), 길거리에서 만난 ‘이 시대의 여신’
홍은주 컬렉션에서 찾은 여자의 또 다른 이름은 ‘여신’이다.
‘가벼움의 향기(The Fragrance of lightness)’라는 주제로 시작된 이번 런웨이는 한 눈에도 가볍게 느껴지는 얇은 소재들과 곡선미를 느끼게 하는 드레이프로 여신의 실루엣을 완성했다.
드레이프란 천에 주름을 잡아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완성하는 것이다. 주로 여성복의 부드러움이나 우아함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이는데, 이번 홍은주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 속 등장하는 여신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1960~70년대 등장한 ‘자유와 평화, 자연스러움을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옷차림’ 히피 룩에서 영향을 받은 그런지 룩을 연출하며 보다 스트리트 감성에 가까워진 것이 특징. 실제로 디자이너는 여행에서 보았던 다양한 요소에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전한다.
때문인지 카키, 그레이, 딥 블루, 레드, 블랙, 화이트 등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컬러들의 조화는 그리스 신화 속 등장하는 여신보다는 우리나라 신화에 등장하는 정령(精靈)을 떠올리게 한다. 덧붙여 물, 돌, 불 등 자연물의 정령보다는 시멘트, 벽돌, 유리창 등 이 시대의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물의 정령이 아닐까하는 인상을 받았다.
▲ 박윤정(vack yuunzung), 전사의 후예 ‘엄마가 된다는 것’
박윤정 컬렉션에서 찾은 또 다른 여자의 이름은 ‘엄마’ 그리고 '여전사'다.
런웨이는 사람의 신체 부위를 연상시키는 영상과 함께 시작됐다. 이번 쇼의 영감이 된 것 역시 프랑스 태생의 미국 추상표현주의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다. 그는 인간사에 대한 모순과 상처받기 쉬운 내면, 신체와 성적 내용을 강하게 암시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박윤정 컬렉션의 콘셉트는 ‘solid with hollow'다. 자궁을 떠올리게 하는 벌룬, 배럴 실루엣과 케이프 스타일의 텐트 실루엣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글래디에이터 슈즈 혹은 굽 모양이 독특하고 아찔해 무기처럼 느껴지는 힐로 전사적인 이미지를 전달했다.
또 하나 인상을 받은 건 머메이드 라인의 웨딩드레스에 블랙 컬러의 중절모를 매치한 후 흰 베일로 가리며 독특한 웨딩 패션을 선보였다는 것. 블랙 컬러의 중절모에 저절로 숙연해지는 마음은 ‘아내의 시작’ 또는 ‘엄마의 시작’에 대하여 고찰하는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insun@osen.co.kr
서울패션위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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