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SK, 삼성의 현미경 깨뜨릴 수 있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27 07: 04

나름대로 팽팽한 승부가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삼성의 힘이 너무 강하다. 그 중심에는 삼성의 철저한 대비가 있다. SK로서는 이 삼성의 ‘현미경’을 깨뜨리는 것이 남은 시리즈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은 1·2차전을 싹쓸이하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걸음 다가섰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첫 두 경기를 모두 이긴 팀이 우승까지 차지할 확률은 93.3%에 이른다. 2007년 SK가 두산에 먼저 두 경기를 주고 역전우승을 한 것이 유일한 예외다. 그러나 그 당시 SK는 정규시즌 1위였다는 측면에서 올해 상황과 똑같지는 않다.
SK는 플레이오프를 극적인 역전승으로 장식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기본적인 기세가 있다. 정규시즌 맞대결에서도 10승9패로 삼성에 앞섰다. 이만수 SK 감독이 “지난해보다는 사정이 낫다”며 자신한 이유다. 그러나 그 기세는 삼성의 철저한 대비 속에 묻히고 있다.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SK를 예상한 삼성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SK를 철저히 파헤쳤다.

그 현미경 야구는 1·2차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방대한 데이터에 순발력까지 만점이었다. 특히 2차전은 삼성 분석 야구의 승리라고 할 만하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1회 SK 타자들이 보여준 의외의 끈질김에 당황했다.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썼지만 SK 타자들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비록 점수를 주지는 않았으나 볼넷 두 개로 2사 만루까지 몰리며 진땀을 뺐다.
1차전에서 SK 타자들의 공격적인 성향을 십분 활용했던 삼성이었다. 당황할 법도 했지만 삼성은 민첩하게 움직였다. 오치아이 삼성 투수코치는 2회부터 장원삼에게 적극적인 직구 승부를 주문했다. 어차피 체인지업에는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후 장원삼은 체인지업 타이밍에 마음먹은 듯 한가운데 직구를 꽂아 넣었다. SK 타자들은 이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고 장원삼은 6회까지 1실점으로 순항했다.
승부를 가른 3회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삼성 벤치는 SK 선발 마리오의 구위가 좋지 않다는 것을 간파했다. 무사 1루에서 진갑용에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을 낸 것도 이와 연관이 있었다. 만약 마리오의 구위가 좋았다면 자칫 방망이가 밀려 병살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삼성의 눈은 정확했다. 진갑용의 타구는 경쾌했고 이는 마리오의 구위에 대한 삼성의 확신을 굳건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삼성은 3회에만 6점을 내며 승부를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반대로 SK는 삼성의 분석과 민첩한 작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만수 SK 감독은 “우리가 져서 그렇다”라고 선을 그었다. 졌기 때문에 그런 삼성의 분석이 도드라졌다는 진단이다. 이 감독은 “우리가 이긴다면 우리가 엄청 더 준비한 것처럼 보인다”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역공에 대한 대책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SK는 이런 삼성의 분위기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 개개인이 야구를 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SK다. 이를 의식한 듯 이 감독도 “우리가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지 않았는가. 그 기세를 살려야 한다. 오히려 삼성이 긴장해야 하는데 우리가 긴장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긴장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량조차도 나오지 않는 법이다. 반대로 긴장하지 않는다면 기량 이상의 것을 보여줄 수 있다. SK에 대한 삼성의 대비는 빈틈이 없음이 드러났다. SK로서는 삼성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깰 수 있는 깜짝 변수의 출현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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