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트렌드 속,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다
매 시즌 반복되는 '트렌드'는 흥미롭지만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스키니진의 유행 속에 혼자서 나팔바지를 입고 있으면 왠지 힙합 음악에 디스코를 추는 것처럼 어색한 느낌이 들고, 모두 다 머리카락을 염색할 때는 타고 난 검은 머리가 신경쓰지 않고 방치한 것처럼 안쓰러워 보인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26일 서울 서교동 자이갤러리에선 두 번의 쇼만이 열렸다. 5년차 이상 독립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인 '서울컬렉션'의 일환으로 임선옥(PartspARTs), 박병규(HOW AND WHAT)의 런웨이가 펼쳐졌다. 두 디자이너 모두 '트렌드'를 그저 따라가지 않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추구하고자 하는 뚝심을 내보였다.
▲임선옥-PartspARTs

미니멀하고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임선옥 디자이너가 이번에 주목한 주제는 '물고기'다. 디자이너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그린 브랜드 로고가 런웨이 중앙에서 강렬한 빛을 받으며 쇼의 시작을 알렸다. 등장한 옷들은 컬러풀한 빛과는 달리 거의가 흰색이었고, 검은색, 베이지색 등으로 간간히 포인트를 줬다.
브랜드 측은 "늘 돌고 도는 유행이 아닌, 지속되는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쇼는 그 말대로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트렌드와도 정확히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트렌디함보다는 옷 자체로 주제를 표현하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보다는 '한 번 입어봤으면'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물고기 여인'이라는 콘셉트는 옷감이 연결되는 부분을 지느러미처럼 세워 붙인 디테일과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핸드백 등에서 재미있게 표현됐다. 모델들은 비닐 소재로 된 챙 넓은 모자, 다리 뒤쪽이 물고기 비늘처럼 살짝 들려 올라간 독특한 레깅스 등 '신기한' 소품들을 걸치고 헤엄치듯 천천히 런웨이를 걸어다녔다.
▲박병규-HOW AND WHAT

박병규 디자이너의 런웨이 또한 뭐라고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무대였다. 타이트함과 박시함, 밀리터리 룩의 느낌과 한없이 여성스러운 느낌, 매니시함과 드레시함이 뒤섞여 트렌드를 상관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을 추구하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엿보게 했다.
이날 런웨이의 주제 또한 'TENFACE'.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추구했다.
굳이 트렌디한 무언가를 찾자면 '더블 버튼' 정도다. 테일러드 칼라의 더블 버튼 재킷 스타일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이 또한 오버사이즈 재킷, 미니 원피스, 블라우스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돼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yel@osen.co.kr
서울패션위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