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KS 출장기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10.27 10: 23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를 코 앞에 두고 가을천적 SK에 허망하게 무릎을 꿇은 롯데의 김주찬과 조성환은 10년 넘게 프로무대를 누벼왔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그라운드를 밟아본 적이 없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1999년 조성환은 롯데 소속의 신인선수였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고, 1년 늦은 2000년 삼성에서 데뷔전을 치른 김주찬 역시도 2001년 롯데로 둥지를 옮긴 이후 오랜 세월 팀과 영욕을 함께 해왔지만 한국시리즈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또한 한국프로야구사에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홈런이라는 큰 족적을 남겼던 이대호도 2001년 데뷔 이후 롯데라는 한 팀에서 11년간 많은 땀을 쏟았지만 한국시리즈를 향한 개인과 팀의 열망은 끝내 이루지 못한 채 한국무대를 떠났다.

그런데 같은 그늘이라 하더라도 밝기와 농도까지 같을 수는 없는 법. 한국시리즈는 둘째치고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를 10년 연속 실패한 LG의 상실감은 이루다 말할 수 없을 만큼 깊고도 크다. 특히 2003년 LG에 입단한 이대형은 팀의 침체기와 정확히 사이클이 맞물려 가을야구에 한번도 나서보질 못하고 있다.
신인시절인 2002년 입단하자마자 운 좋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박용택, 2003년 현대 우승멤버였던 정성훈, SK에서 큰 무대를 이미 경험한 이진영, LG 영화의 마지막 시기였던 2002년 한국시리즈에 나란히 나섰던 이병규, 최동수, 류택현 등은 그나마 한이 덜할 터.
그 밖에 13년(1983~1995)간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기교파 투수로 1988년 무(無)삼진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던 장호연, 만능선수로 12년(1986~1997)간 프로에서 투수와 타자를 두루 섭렵한 박노준 그리고 한국프로야구 최다 연속경기 출장기록(1014경기)을 보유하고 있는 최태원도 11년(1993~2003)간 현역선수로서는 한국시리즈에 서보질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던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2010년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팀에서 은퇴한 캔 그리피 주니어가 눈길을 끈다. 장장 22년(1989~2010)간 2671경기에 출장하며 통산 630개의 홈런을 때려낸 전설적인 선수였지만 평생 월드시리즈와는 인연을 맺지 못한 불운의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2000년 삼성에서 활약한 훌리오 프랑코도 메이저리그에서 23년(1982~2007)간 7번의 이적을 겪어가며 2527경기를 뛰었던 베테랑 선수지만 그의 이력에 월드시리즈는 없다.
물론 매년 30개에 달하는 팀이 파이널 무대의 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희박한 확률의 메이저리그 판과는 비교자체가 무리이지만, 8팀 중 2팀이 진출하는 25%의 확률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10년이 넘도록 한국시리즈를 비켜가곤 하는 선수들의 아쉬움은 결코 작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프로생활 17년 동안 무려 10번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고 있는 선수가 있는데, 바로 SK의 유격수 박진만이다. 그의 한국시리즈 출장 경기수는 작년까지 무려 48경기에 달한다. 올해 역시 파이널 무대에 올라 출장기록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현대 소속으로 5번(1996, 1998, 2000, 2003~2004), 삼성 소속으로 3번(2005~2006, 2010), SK 소속으로 2번(2011~2012)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프로 초창기 해태의 전성기 이후 현대-삼성-SK로 이어지고 있는 절대강호 대열에 그의 이름이 줄곧 따라붙고 있다. 수비의 중심에 그가 버티고 있어 팀이 강해진 영향도 있겠지만 대단한 천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야수가 아닌 투수 쪽에서는 일명 ‘까치’로 불렸던 좌완 김정수(해태-SK)가 9개년(1986~1989, 1991, 1993, 1996~1997, 2003)에 걸쳐 23경기의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르며 박진만과 함께 투타부문 최다 년도 한국시리즈 출장기록을 보유 중이다.
한편 개인은 아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사에 있어 박진만도 울고 갈 화려한 이력의 가문이 하나 존재한다. SK 조동화와 삼성 조동찬 형제 집안으로 내용을 파헤쳐보면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 따로 없다.
2004년 이후 9년 연속 형제 중 한 명은 반드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고 있다. 형인 조동화는 SK 소속으로 2007~2010년, 2012년 한국시리즈에 나섰고, 동생인 조동찬은 삼성 소속으로 2004~2006년, 2010~2012년에 걸쳐 연달아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2002년 조동찬이 한국시리즈에 나선 것까지 합치면 무려 한 집안 10번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여기에 2010년에 이어 2012년에는 두 선수가 한꺼번에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2011년)에도 삼성과 SK가 한국시리즈에서 격돌, 결과적으로 3년 연속 형제간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었지만 작년 시즌 막판 조동화가 무릎부상을 당해 결장함으로써 한 해 거른 만남을 올 시즌 갖고 있는 중이다.
모든 팀들이 궁극의 목표로 내세우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선 일단 결선 무대에 올라야 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겨 챔피언에 오르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그간 수많은 선수들을 기쁨에 때로는 분함에 울렸던 우리만의 파이널 무대인 한국시리즈 중심에 서 있는 선수들은 승패를 넘어 그곳에 있다는 자체로 행복한 선수들이다.
2007년부터 내리 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오k른 SK나 2000년대에 들어서만 벌써 8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삼성에 몰리는 재야 팬들의 질투 어린 푸념이 귓가를 맴도는 듯 하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박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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