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투표 딜레마가 또 다시 재현되고 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실력파 참가자의 탈락이 온당치 않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6일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펼쳐진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4'(이하 슈스케4) 세 번째 생방송 경연에서 허니지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날 허니지는 이승철·윤미래·윤건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3인 전원에게 극찬을 받았기에 이들의 탈락이 결정된 직후 심사위원을 비롯한 시청자들의 탄식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허니지는 이날 빛과 소금의 ‘오래된 친구’를 선곡해 펑키하면서도 알앤비 보컬 그룹의 장점을 살린 감성 넘치는 목소리로 수준급 무대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승철은 “바로 이거다. 사람을 흥분시키는 무대였다”고 극찬했고, 윤미래는 “기대한만큼 해냈다. 에너지가 세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으며, 윤건은 “실력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문자 투표와 사전 인터넷 투표에서 밀린 이들은 결국 탈락자로 호명되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가까스로 탈락은 면했지만 딕펑스 역시 아슬아슬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도입된 슈퍼세이브 제도가 없었다면 딕펑스가 선보인 이적의 ‘같이 걸을까’의 몰입도 높은 무대도 탈락을 결정시킨 마지막 곡이 될 뻔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투표 논란은 사실 이날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09년 방송가에 불어닥친 오디션 열풍 이후 스타성을 지닌 참가자들에 표가 몰리며 실력파 도전자들이 고배를 마시는 순간이 종종 발생했다. MBC ‘위대한 탄생’ 시즌1의 정희주가 심사위원 최고 점수를 받고도 문자 투표에 밀려 탈락했으며, SBS ‘K팝스타’의 이미쉘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이 같은 당혹스러운 사태에 ‘위대한 탄생’은 시즌2부터 골든티켓제를 신설해 멘토 및 전문평가위원 점수에서 1위를 차지한 참가자의 탈락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시즌 4를 맞이한 ‘슈스케’는 심사위원 점수 30%, 대국민 문자투표 60%, 사전 인터넷투표 10%로 탈락자를 가린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사전 인터넷 투표 반영 비율을 지난 시즌 5%에서 10%를 늘리고, 심사위원 점수를 35%에서 30%로 줄이며 대중의 구미에 맞는 참가자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결국 이 같은 사태는 점수 반영 비율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슈퍼세이브 제도가 도입됐지만, 세 번째 생방송 만에 벌어진 허니지·딕펑스 같은 탄탄한 실력파 참가자가 모두 탈락 위기에 처한 건, 대중을 선택한 ‘슈스케4’가 피하지 못한 안타까운 순간이기도 하다. 더 이상 슈퍼세이브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슈스케4’의 이 같은 상황이라면 김정환과 같은 일찌감치 우승후보감으로 지목된 참가자의 다음 생방송 무대에서의 생존 역시 보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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