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그레이 존]이천수 복귀 논란, 정작 중요한 것은 ‘진정성’ 아니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10.27 11: 35

이천수가 국내 복귀를 타진하기 시작한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 간다. 이천수는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고, 전남 드래곤즈는 이천수가 선택한 방식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전남 측은 이천수의 지금과 같은 방식들로는 그 마음의 진정성을 볼 수 없다는 태도이다.
이천수가 지난 10월 21일 광양전용구장에 찾아가 팬들에게 직접 사과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자 이천수의 복귀에 대한 찬반의견에 불이 붙었다. 전남 구단은 ‘한 선수의 축구인생을 꺾으며 무한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이천수는 ‘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며 그간 그가 팬과 구단에 끼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정성이라는 것이 서로 소통이 잘 될 때는 쉽게 통할 수 있는 것이지만, 서로간 소통이 단절되어 있을 때는 보여줄 수도 알아차릴 수도 없는 것이다. 현재 양측은 소통이 잘 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사과를 하겠다는 그의 행동이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 하는 데 있지 않다. 이전에 이천수가 일으켰던 문제들도 그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기 때문에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전남에서 임의탈퇴 되는 일이 있기 전에도 우리는 이천수가 물의를 일으키고, 사과를 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몇 번이고 지켜볼 수 있었다.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에게는 10년에 한번씩 활짝 웃을 만한 일이 일어난다면, 이천수에게는 2003년부터 3년에 한번씩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할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는 그때마다 다시 기회를 얻었다. 그는 뛰어난 선수였고, 그의 재능을 아까워하고 그를 필요로 하는 팀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이천수가 용서를 받고 복귀를 해서 다시는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현재로서는 믿기 어렵다. 우리는 어떤 것을 판단하고 결정할 때 이전 경험의 자료들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한번 일어났던 일은 다시 일어나기 쉬운 법이다. 그가 다시 물의를 일으킬지도 모르고, 그의 사과가 현재상황을 임시 모면하고 자신의 복귀만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가 정말 뉘우쳤을까, 그가 정말 달라졌을까’ 하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그보다 좀 더 쉬운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변하지 않았고, 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과를 하고 있다는 것이 설령 사실일자라도, 그의 재능이 아깝고 그가 다시 현장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가?
달라져야만, 뉘우쳐야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달라졌는지, 진심으로 뉘우쳤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기회를 주고 싶은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그가 이전과 비슷한 실수를 할 가능성이 확률상으로 더 크기 때문에 기회를 준다면 다시 실망할 수 있는 확률 또한 많기 때문이다. 다시 실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가 뛰어난 선수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축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선수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천수는 요즘 아마추어 팀들과 함께 운동하기도 하며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천수의 이런 노력이 어떠한 결실을 맺게 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그가 만일 그라운드로 다시 복귀하게 된다면, 복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재능을 진심으로 아끼고, 진정성과 상관없이 그의 노력과 성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 사람들의 깊은 배려 덕분일 것이라는 것이다.
 /고려대 학생상담 센터 상담교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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