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3] '커졌다 작아졌다' 변화무쌍 문학 방수포, SK 노림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27 12: 20

지난 22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플레이오프 5차전. 아침부터 내린 비는 오후가 지나도록 계속됐다. 당시 SK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전날 밤 내야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초대형 방수포를 깔아 비가 그칠 때를 대비했다.
예보대로 경기 3시간을 앞두고 비가 그쳤고, 미리 방수포를 깔아 둔 덕분에 플레이오프 5차전은 벌어질 수 있었다. SK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체력소모가 심했던 롯데보다는 경기 강행을 바라는 속내를 갖고 있었다. 결국 그날 경기에서 SK는 6-3으로 승리를 거두고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었다.
문학구장이 자랑하는 초대형 방수포는 SK가 2009년 미국에서 들여왔다. 내야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이 방수포의 가격은 700만원, 설치하고 거두는 데만 20명의 인원이 필요할 정도다. 비가 오지 않을때는 우측 파울폴대 옆쪽의 공간에 보관했다가 비가 오면 매뉴얼에 따라 설치하는 형태다. SK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방수포가 조금이라도 역할을 했다.

천신만고끝에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SK는 대구 원정길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2연패를 당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홈인 문학구장으로 돌아온 SK는 27일 3차전을 치른다. 하지만 현재 문학구장은 새벽부터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비 예보도 오후 6시까지 계속된다고 나와 있는 상황이다.
오후 2시로 예정된 경기 속개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그런데 이날 그라운드에는 문학구장이 자랑하는 초대형 방수포가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주변만 덮어놨을 뿐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방수포를 덮어 놓으면 잔디가 상할 우려가 있어서 덮지 않았다"는 답을 내 놓았다.
불과 5일 전에는 내야 전체를 덮었던 방수포의 크기가 대폭 줄어든 것에 대해 SK가 경기 강행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꼬리를 물었다. 롯데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고,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모두 내줬기에 한 번 쉬어가는 게 팀 분위기나 체력에 크게 도움이 된다. 정근우 역시 26일 훈련 때 "우리로서는 하루를 쉬는 게 낫다"고 동의했다.
이에 대해 SK 구단 측은 “경기 연기를 바라는 꼼수가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SK 관계자는 “롯데와의 경기 당시에는 비가 오후 2시쯤 그칠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고 실제 그랬다. 하지만 오늘은 오후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방수포를 오래 덮어 놓고 있으면 잔디가 썩는다. 연기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계속 방수포를 덮을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비가 경기 전 그친다는 예보가 있었다면 잔디의 손상을 각오하고라도 방수포를 덮었을 것이다. 하지만 2시 현재도 비가 오고 있다”라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나 취재진 등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가. 모두 경기가 어렵다고 했고 KBO도 이례적으로 일찍 취소 결정을 내렸다”며 구단 차원의 고의적인 방해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1차전과 2차전에서 마운드 소모가 심하지 않았던 삼성은 경기가 연기돼도 크게 득을 볼 것도, 잃을 것도 없다. 압도적 전력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비로 연기돼도 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27일 한국시리즈 3차전은 오후 12시 5분 연기가 공식 결정됐다. 방수포 설치 여부는 홈 팀의 고유 권한이자 일종의 홈 어드밴티지로 볼 수 있다. 하루를 번 SK, 과연 28일 벌어질 3차전에서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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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22일 PO 5차전을 앞둔 문학구장. 대형 방수포가 설치돼 있다.
아래 - 27일 KS 3차전을 앞둔 문학구장.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만 방수포가 깔려 있다. 인천=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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