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국시리즈 3차전은 비로 연기됐다. 두 팀의 사정이 다른 만큼 비를 바라보는 두 팀의 시선도 달랐다.
27일 오후 2시부터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3차전은 전국적인 비로 연기됐다. 폭우는 아니었지만 새벽부터 비가 꾸준히 내렸고 오후까지 비 예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비가 계속 내려 경기장 정비가 어렵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양팀 선수들은 비를 피해 실내연습장에서 가벼운 훈련으로 3차전에 대비했다.
이에 대한 양 팀 사령탑의 첫 마디는 거의 같았다. 이만수 SK 감독은 “하늘의 뜻”이라고 했고 류중일 삼성 감독도 “하늘이 결정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 뒤의 뉘앙스는 사뭇 달랐다. SK쪽은 환영하는 분위기였고 삼성쪽은 조금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경기 전 만난 정근우(SK)는 “그래도 하루를 쉬는 것이 낫다.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을 하루 더 줬다는 점에서 고마운 비”라고 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보다는 SK쪽에 더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성준 투수코치도 취재진을 향해 “어느쪽에 더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물은 뒤 “우리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비다. 투수들의 체력 안배나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류중일 감독은 비가 시리즈에 미칠 영향에 대해 “모른다. 결과가 말해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류 감독은 “우리로서는 하는 것이 좋지만 하늘이 이렇게 점지했으니”라고 약간 아쉬워했다. 하지만 비가 시리즈 운영 방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은 분명히 했다. 류 감독은 “우리는 순리대로 간다. 정규시즌 때도 우천 영향은 있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투수 운영 방안도 기존 틀을 밀고 간다. 류 감독은 “선발은 그대로 간다”라고 못 박았다. 삼성은 원래 계획의 변동 없이 3차전에는 배영수를, 4차전에 미치 탈보트를 선발로 내세운다. 류 감독은 “우리도 생각할 시간이 하루 더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라며 개의치 않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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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