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이라는 말은 그에게는 가장 큰 상처였다. '가림토' 김동수 '영웅' 박정석 '사신' 오영종 등 가을에 만난 프로토스들에게 무너질 때마다 그에게는 깊은 상처가 새겨졌다. 비유를 하자면 가을의 전설 보다는 가을의 저주가 어울렸을 것이다.
유독 가을의 전설과 악연이 심했던 임요환(32)이 소원풀이에 성공했다. 제자이자 후배인 정윤종(20, SK,텔레콤)이 27일 서울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 특설무대에서 열린 '옥션 올킬 스타리그 2012' 박수호(MVP)를 4-1로 꺾고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스타크래프트2로 처음 진행한 초대 챔피언의 탄생이자 가을이면 e스포츠 팬들이 기원하던 가을의 전설이 다시 한 번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임요환에게는 '저주' 비슷하게 따라붙었던 악연의 고리를 끊는 순간이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임요환 수석코치는 가을의 저주를 전설로 바꾼 소감을 담백하게 전했다. 임요환은 "정윤종 선수는 고칠 부분이 없었다. 차려놓은 밥상이었다. 양념을 얹힌 정도지, 특별하게 해 준 건 없다. 프로토스에 대한 이해가 좋았고, 인터페이스에 대한 도움을 준 정도"라며 "T1에서 잘 키운 선수"라고 겸손하게 제자 정윤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전제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1세트를 정윤종이 패하자 정윤종의 심리적인 상태를 안정시키고 상대의 준비했던 의도를 전달해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결승 준비하면서 환경을 제공했지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1세트가 끝난 다음에 박수호 선수의 특징을 얘기해줬다. 개인적으로 박수호선수를 잘 알기 때문에 1세트 경기를 보면서 박수호 선수의 노림수를 알 수 있었다".
이어 그는 정윤종에 대한 칭찬을 다시 이어갔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선수인 정윤종을 그는 "천재형인 선수지만 노력을 정말 많이 한다. 항상 연구를 많이 하면서 무엇이든 시도를 하려고 한다. 무언가를 만들 줄 아는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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