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옷을 디자인할 때 각자의 감성과 색깔을 가지고 디자인한다.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일수록 그 색깔은 더욱 짙어져 디자이너만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매번 다른 곳에서 영감을 받고 새로운 옷을 만들어 내지만 언제나 그 안에 디자이너만의 감각은 동일하게 표현되고 또 보는 이들에게도 느껴진다.
2013 S/S 서울패션위크 여섯째 날인 27일, 컬렉션을 펼친 오랜 경력의 정상급 디자이너 곽현주, 이승희, 양희득, 최복호는 그들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런웨이에 세웠다.
이들은 디자인도 무대인사도 모두 경력만큼 노련했다. 대부분 디자이너들은 피날레 무대인사에서 얼굴만 빼꼼히 비추고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들 모두 런웨이 중간까지 워킹을 선보이는 여유를 보이며 자신들의 성과를 뽐냈다.

▲ 곽현주-KWAK HYUN JOO collection

디자이너 곽현주의 2013 S/S 콘셉트는 ‘SCOT'. 이는 신, 신화라는 뜻을 담고 있는 고어다. 그는 신화 안에서 신들의 파워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신, 인간, 전쟁의 요소를 디지털 프린팅, 밀리터리, 레오파드 페브릭을 사용해 영하면서도 파워풀한 느낌을 강조했다.
곽 디자이너 의상들의 요소 하나하나는 강했지만 소재와의 믹스를 통해 강함과 여성스러움의 조화를 완벽히 이뤄냈다. 특히 남성적인 카무플라주 패턴과 여성적인 시폰 소재의 만남은 중성적인 느낌 그 이상의 여성미를 발산했다.
▲ 이승희-LEYll

디자이너 이승희는 abstract painter 김봉태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팬싱 박스’라는 콘셉트로 런웨이를 선보였다. 그는 박스를 이용해 색, 면, 그리고 입체의 삼중효과를 절제된 미니멀한 양식으로 표현했다.
박스를 펼친 모양에서 보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각형, 마름모 등의 미래적이며 구조적인 패턴을 입체적으로 사용하고, 컬러 블로킹을 통해 박스가 가지고 있는 입체적인 느낌을 옷에 직접 표현했다. 또한 같은 컬러의 원단위에 부분적으로 다른 컬러의 망사를 덧대어 강렬한 컬러 대비를 선보였다.
▲ 양희득-yang's by HEE DEUK

디자이너 양희득의 쇼는 한마디로 ‘완벽한 통일감’이었다. 그의 2013 S/S 테마는 ‘지구와 달의 공생공존’. 브랜드 전체 콘셉트인 보헤미안 요소를 가미한 자유로운 실루엣을 시폰 소재와 블랙 컬러를 사용해 완벽하게 연출했다.
전반적인 의상은 여신을 연상케 하는 드레스 풍 일색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늘 생각하던 페미닌한 여신보다는 레드 립과 짙은 아이 스모키메이크업으로 인해 섹시카리스마가 넘치는 파워풀한 여신을 연상케 했다. 기존의 런웨이와 다르게 15명의 미스코리아를 모델로 세운 점이 이색적이었다.
▲ 최복호-CHOIBOKO

디자이너 최복호는 한 인터뷰에서 ‘패션은 비빔밥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번 그의 쇼가 바로 그러했다. 마치 다양한 양념을 넣은 듯 다채로운 컬렉션이 펼쳐졌다.
런웨이 시작은 블랙 컬러 의상들로 약간은 동양적인 느낌이 풍기면서 편안해 보이는 의상들이 보여 지더니 이내 도트와 지그재그 패턴이 어우러진 그레이 톤의 옷들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오렌지와 그린 컬러를 바탕에 둔 화려한 색감의 의상들이 런웨이를 채워 관객들의 눈을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었다.
평소 그의 브랜드 콘셉트답게 다양한 소재들의 패치워크를 통해 빈티지하고 에스닉한 무드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jiyoung@osen.co.kr
서울패션위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