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공격수 설기현(33)이 13경기 연속 무패행진(9승 4무)을 내달리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상승세에 입을 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27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7라운드 광주 FC와 홈경기서 5골을 주고 받은 난타전 끝에 설기현의 결승골에 힘입어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13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기록한 인천은 남은 7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부리그 잔류를 확정지었다. 시즌 초반 12경기 무승의 늪에서 허덕이던 팀이 180도 탈바꿈한 것이다.

설기현-김남일 등 베테랑의 힘, 김봉길 감독의 지도력, 탄탄한 조직력, 짠물 수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터다. 베테랑이 바라 본 설기현의 생각을 어떨까.
"동계 훈련 때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시즌 초반 부진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문을 연 설기현은 "나와 (김)남일이 형, 그리고 외국인 선수까지 훈련에 많이 빠졌다. 처음부터 제대로 훈련을 했다면 시즌 초부터 좋은 성적을 올렸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인천이 영입한 외인 중 유일하게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이보는 근육 부상으로 동계 훈련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다. 올 시즌 인천에 새롭게 둥지를 튼 설기현과 김남일도 1월에 합류한 터라 동료들과 많은 시간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팀의 핵심인 세 선수가 시즌을 앞두고 제대로 준비를 못했으니 팀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여기에 경기장 안팎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천이다. 절치부심했다.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조직력은 저절로 좋아졌다. 각 포지션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선에서는 설기현이 그 역할을 했다면 중원에서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남일(35)이, 뒷선에서는 A대표팀의 중앙 수비수로 떠오른 인천의 '캡틴' 정인환(26)이 맡았다. 경기장 밖에서도 이들은 모두 합심했다.
설기현은 "중앙에서 (김)남일이 형이 해주는 역할이 정말 크다. 앞선에서 내가 이끌면 뒤에서도 그런 선수가 필요한데 남일이 형이 중심을 잡아주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차이다"며 "물론 다른 선수들도 제 몫을 해주지만 남일이 형이 빠졌을 때 불안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중간에서 볼을 커트해 흐름을 끊어주기 때문에 정말 편한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든든한 후배 정인환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뒤에서 (정)인환이가 끌어줘 정말 편하다. A대표팀서 뛸 정도로 실력은 워낙 출중하지 않나"고 반문한 설기현은 "인환이는 성실하고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다. A대표팀 승선은 선수 개인에게 큰 자극제가 되고 힘이 될 것이다. 원체 책임감이 큰 선수인데 대표팀을 갔다 온 뒤로는 선수들에게 더욱 많은 주문을 하는 것 같다"고 후배를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인천은 2003년 팀 창단 후 최다인 13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내달리고 있다. 중심에는 설기현이 있다. 올 시즌 34경기에 나와 팀내 최다인 7골에 도움도 4개나 기록했다.
"우리는 상대 팀과 자신의 포지션에 따라 해야 할 플레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팀을 만나도 꾸준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것 같다"는 설기현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나 있었다.
인천의 돌풍은 끝이 아니다. 그들의 무패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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