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충전된 배터리는 여러 개 마련했다. 나머지 시리즈를 버틸 만한 충분한 양은 된다. 이제는 그 배터리를 얼마나 잘 바꿔주느냐에 달렸다.
SK는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모두 졌다. 전체적으로 삼성의 강한 힘에 밀렸다. 이도 저도 해보지 못하고 2경기를 내줬다. 홈에서 열리는 3·4차전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한국시리즈가 조기에 끝날 수도 있는 위기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주축 투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는 점에서는 지난해보다 사정이 낫다. 이만수 SK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회상하며 “던질 투수가 없었다”라고 했다. 실제 준플레이오프부터 혈전을 벌인 SK는 마운드의 체력고갈로 한국시리즈에서 악전고투했다.

하지만 올해는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다. 한국시리즈 들어서도 본의 아니게 필승 계투 요원들이 휴식을 취했다. 여기에 27일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3차전도 비로 밀리며 하루의 시간을 더 벌었다. 성준 SK 투수코치는 “마운드의 체력 측면에서 도움이 될 만한 비”라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렸다.
특히 중간 계투진이 체력을 회복했다는 점은 반갑다. 핵심이라고 할 만한 채병룡 박희수 정우람은 5일을 쉬었다. 선발투수들 못지않은 휴식일이다. 나머지도 체력적으로 과부하가 걸렸다고 할 만한 선수가 없다. 남은 시리즈에서 계투 요원들을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을 벌일 수 있다. 대반격의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문제는 교체 시점이다. SK는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투수 교체 타이밍에서 다소간 아쉬움을 남겼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4-1로 앞선 7회 박희수 대신 엄정욱을 투입했다가 역전패의 빌미를 줬다. 이 감독은 “내 실수”라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만약 SK가 2차전을 잡았다면 플레이오프를 좀 더 빨리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진 마리오 산티아고를 적절한 시기에 교체하지 못했다. 마리오의 초반 난조에 대비하지 못한 인상이었다. 부랴부랴 최영필이 몸을 풀었지만 그 시점에서 가장 믿을 만한 카드였던 채병룡은 대기하지 못했다. 결국 마리오는 최형우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한 뒤에야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미 승부는 결정된 후였다.
SK의 3차전 선발은 외국인 투수 데이브 부시다. 냉정하게 볼 때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시즌 막판 구위 저하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조차 들지 못한 부시다. 얼마나 나아졌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투수교체로 삼성의 흐름을 끊어놓을 필요가 있다. 체력이 많이 회복됐기에 과감한 인해전술도 시도할 만하다.
2차전에서 교훈을 얻은 듯 이 감독은 “채병룡을 1회부터 대기시키겠다”라고 밝혔다. 부시가 흔들리면 시점에 관계없이 곧바로 투수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몸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경험이 풍부한 송은범도 히든카드다. 성준 투수코치는 “어떻게든 활용할 것”이라며 송은범의 불펜 출격 가능성을 열어뒀다. SK 벤치가 기대를 걸고 있는 엄정욱, 포스트시즌에서 괜찮은 구위를 선보였던 박정배도 대기자원이다.
푹 쉰 박희수와 정우람은 능히 3이닝을 합작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즉 SK로서는 6회까지만 잘 버티면 승산이 높다는 계산을 내릴 수 있다. 선발 투수가 6이닝을 책임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투수교체 시점을 과감하게 잡을 필요가 있는 SK다. 좀 더 단호하고 기민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2차전처럼 전화기가 꺼질 수도 있다. 삼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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