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슈퍼스타K4'가 정준영의 합격으로 가수 오디션이냐, 인기투표냐 하는 갈림길에 섰다. 지난 26일 생방송 경연에서 기대 이하의 실력을 보인 정준영이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은 허니지를 제치고 합격하자, 일각에서는 출연자의 당락이 인기에 좌우되는 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국민 오디션'을 표방한 '슈퍼스타K4'로서는 이같은 지적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자+온라인 투표 70%, 과연 많나
'슈퍼스타K4'에서 심사위원 점수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문자투표, 10%는 사전 온라인 투표다. 바로 이 때문에 심사위원이 극찬한 허니지와 딕펑스는 떨어지고, 연이은 비슷한 선곡과 음이탈로 혹평을 받은 정준영은 합격할 수 있었다. 이는 물론 부조리해보이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슈퍼스타K'는 국민이 뽑는 스타를 만들어낸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존 가요기획사 주도로 이뤄진 신인 계발을 벗어나, 국민들이 직접 예비 가수들을 심사하고 스타를 만들어내는 데에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의 짜릿함이 있는 것이다. 이때 출연자가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것은, 가창력은 물론이고 애달픈 사연과 훈훈한 외모 등이 두루 작용한다.
국민에게 공을 넘긴 오디션 프로그램이 국민의 선택을 거스르고 심사위원의 점수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면 이는 그들만의 축제에 지나지 않는다. 음악 중심의 오디션은 이미 많은 가요제에서 시도했고, 이는 흥행 실패로 이어진 바있다.
더구나 출연자들이 공식 데뷔 후 맞닥뜨릴 주고객도 결국은 대중이다. '슈퍼스타K'가 기존 기획사 오디션과 완전히 별개로 음악성만 본다면 의의는 있겠지만, 오디션 후 실제 스타가 될 재목을 고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취향은 어쩔 수 없는 고려대상 넘버원이다.
'슈퍼스타K'는 각 라운드별 배틀인가
정준영이 뽑힌 것은 어쨌든 딕펑스와 허니지보다는 그가 더 많은 사람에게 매력을 어필했다는 결론. 그러자 방송이 끝난 후 온라인에서는 정준영을 뽑아준 '빠순이'에 대한 비난 여론도 들끓었다. 실력과 관계 없이 외모를 기준으로 투표에 임했다는 것. 그러나 정준영이 정말 실력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할 것인지도 의문. 물론 당일 정준영의 무대는 실망스러웠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는 '먼지가 되어' 무대 등에서 보여준 정준영의 잠재력을 알고 있다.
'슈퍼스타K4'는 각 라운드 무대 결과만 놓고 배틀을 벌이는 방식이 아니다. 문자 투표는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개시되고, 유승우와 같은 인기 출연자는 노래를 하기도 전에 표를 획득한다. 시청자들이 지지하는 출연자를 계속해서 밀어주는 시스템인 셈. 하물며 온라인 사전투표는 지난주 경연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김정환이 무대에 보여준 반전 정도는 선사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노래 보다는 캐릭터가 앞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나 국민이 원하는 스타는 어차피 특정 한 무대가 아니라 캐릭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시스템 선택은 필연적이다.
국민의 취향은 꽃미남인가
'슈퍼스타K4'를 둘러싼 논란은 가요계의 문제점과 일맥상통해 흥미롭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돌 위주의 음악 시장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가수들은 여전히 '굶주린' 상태. 외모와 매력에 혹해 지갑을 여는 일부 팬덤은 어디서나 존재하지만, 일반 대중은 팬덤의 소비력과 이로 인한 가요계 획일화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비아이돌 가수에게 돈을 쓰지 않는다.
'슈퍼스타K4'도 마찬가지. 허니지의 탈락에 아쉬움을 표하는 온라인 의견이 그렇게 많았는데도, 정작 문자 투표에서 허니지는 정준영에 밀렸다. 정준영 팬덤이 그의 매력에 반해 일정한 지지를 보이고 있다면, 그외 출연자가 합격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반 대중은 문자투표에 응하지 않은 셈이다.
가요계가 그러했듯 '반작용'은 나타났다. 아이돌 음악이 정점을 찍은 후 MBC '나는 가수다' 등이 반작용 효과를 거뒀듯, 홍대광과 딕펑스의 인기가 수직상승했다. 홍대광과 딕펑스는 28일 현재 로이킴, 정준영, 유승우를 차례로 물리치며 온라인 사전투표에서 이틀째 1위-2위를 달리고 있다.
2주 연속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달려온 유승우는 3위로 쳐졌으며, 로이킴보다 높은 인기를 자랑해온 정준영은 6위에 그쳤다. 국민의 선택이 외모순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것. 오히려 관망하던 시청자들이 일부 팬덤의 투표에 반발심을 갖고 투표에 참여해 '시장'은 더 풍성해졌다.
"국민의 선택을 믿는다"
'슈퍼스타K4'의 입장은 간결하다. 국민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동안도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많은 스타들을 배출해내는데 성공한 '슈퍼스타K' 측 관계자는 "갑자기 시스템이 바뀐 게 아니라, 늘 이 제도로 운영해왔다. 그리고 이 제도를 통해, 서인국, 허각, 울랄라세션을 발굴했다. 과거의 전례에 비춰볼때, 대중의 판단을 믿을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 선택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경연 내에서 작용-반작용 현상이 일어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는 경연 순위에 대한 관심을 매우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인지도와 인기가 함께 올라가면 몇팀이 지나치게 독주 양상이 펼쳐져 재미가 반감되지만, 이번 시즌은 인지도와 지지율이 별개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흥미진진한 경쟁이 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시즌 역대 최고 혼전인만큼 경연 자체의 흥미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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