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초희는 공공의 적이다. 몸매는 말할 것도 없고 얼굴도 작고 심지어 예쁘기까지해서 보기에 흠잡을 데가 없다. 그래서 지난 9월 들려온 오초희의 tvN ‘SNL코리아’ 합류 소식은 의외였다. 망가져야 사는 ‘SNL코리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SNL코리아’ 첫 대본 리딩 때 오초희는 그야말로 견학온 학생이었다. 연습실 분위기를 살피느라 눈치만 보던 오초희는 이제 8회 째를 맞아 힘 안들이고 웃길 수 있는 캐릭터를 캐치하는 능력이 생겼다. 망가질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망가지고 웃기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배우가 됐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캐릭터를 나누거든요. 다들 어찌나 적극적으로 의사를 어필하시던지.(웃음) 저는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르고 앉아 있었는데 이제는 막 저도 움찔움찔해요. 그런 거 있잖아요. 하면 무조건 터진다하는 캐릭터, 골룸이라든지 동물 변장 같은 게 대본에 나오면 그야말로 난리 나는 거죠. 골룸 이런 캐릭터에 얼마나 욕심이 나는지 몰라요.”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그렇지만 특히 ‘SNL코리아’ 고정 크루는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주연으로 서지 않는다고 해서 그 역할을 허투루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생방송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해내야 하고 NG를 내서도 안되고 능청스럽지만 재미있게 프로그램에 녹아들어야 한다. 현재 'SNL코리아'에는 신동엽, 김원해, 이상훈, 강유미, 안영미, 고경표, 김슬기, 정성호, 정명옥, 김민교, 박상우, 권혁수 등 연기파 배우들로 가득하다.
“정말 걱정이 많았는데요. 선배님들이 정말 잘 챙겨주시고 신경 써주세요. 제가 가끔 지쳐서 앉아 있으면 왜 이렇게 우울해하고 있냐고 위로해 주시고요.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제가 부족하다는 것도 아니까 정말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이래저래 선배님들께 신세를 지고 있죠.”
여리여리한 외모와 달리 오초희는 강심장을 가졌다.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은 물론 악플도 보고,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까지 빠짐없이 체크한다.
“일부러 인터넷을 안한다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제 기사에 달린 댓글도 읽고요. 악플도 봐요. 특히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은 회원가입에 로그인을 하고 실명인증하고 단계가 엄청 복잡하거든요. 그런 정성이 담긴 글을 지나칠 수가 없어서 다 읽어요. 가끔 ‘오초희 분량 적어서 서운하다’는 글 보면 정말 기뻐서 보고 또 보고 그래요.(웃음)”

올해로 만 26세, 스스로도 조금 늦은 출발이라는 걸 알고 있다. 오초희는 20대 중반이 넘어서야 배우가 자신의 길이라고 확신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자기 자신에게 몇 백번은 되물었을 질문을 했다.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배역을요.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은지 어떤 배우를 닮고 싶은지 정해놓지 않을래요. 전 이제 시작이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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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