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명문구단 가운데 하나다. 단 한 번도 꼴찌를 기록한 적이 없고 30번의 한국시리즈(1985년 삼성 통합우승으로 미개최) 가운데 올해로 14번이나 출전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가운데 절반 가까이 출전했다고 보면 된다.
2002년 이승엽-마해영의 연속홈런으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삼성은 무려 9번의 준우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우승은 통합우승, 그것도 한국시리즈를 거치지 않은 결과였다. 즉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9번이나 좌절을 한 셈이다. 2002년 우승을 거둔 이후 진출한 4번의 한국시리즈에서 3번 우승기를 들어올린 건 숱한 아픔을 겪은 지난 과거가 밑거름이 된 덕분이다.
한국시리즈에서 실패가 많았던 삼성, 그만큼 징크스나 안 좋은 기억이 많다. 올해 한국시리즈도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잡아낸 뒤 하루 비로 경기가 연기되자 불운한 과거가 줄지어 거론됐다. 비가 내리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좋은 기억이 없다. 이른바 '가을비 징크스'다.

1984년에는 비로 인해 최동원의 7차전 등판이 가능했고 2001년에는 1승을 거둔 뒤 비로 경기가 하루 연기돼 내리 3연패를 당해 결국 2승 4패로 두산에 덜미가 잡혔다. 2006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1차전 승리 후 또 비가내려 경기가 하루 밀렸고, 어김없이 2차전에 패배했다. 여기에 2004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9차전은 폭우속에 벌어진 혈전으로 야구 팬들의 뇌리속에 각인돼 있다.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3차전도 삼성은 충분히 악몽을 떠올릴 만했다. 3회까지 6-1로 앞서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것으로 보였지만 6회 대거 6실점을 하면서 8-12로 대역전패를 당했다. 마침 전날 비로 인해 경기가 하루 밀렸고 다시 삼성은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한 이날 삼성의 패배는 2001년 한국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시리즈 전적 1승1패였던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은 2회 대거 8득점에 성공해 8-2로 앞서갔지만 3회 무려 12실점을 하면서 11-18, 기록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아직도 한국시리즈 최다 점수차 역전패 기록으로 남아있다.
1차전과 2차전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뽐냈던 삼성, 3차전에서 힘없이 무너지며 한국시리즈도 서서히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징크스에 발목이 잡힌 삼성이지만 반대로 SK는 가을비와 관련해 좋은 기억을 이어가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시리즈 전적은 여전히 삼성이 2승 1패로 앞서 있지만 3차전 경기내용이 나빴기에 이제 양 팀의 분위기는 백중세다.
그렇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다들 SK가 2007년 보여줬던 2패 후 4연승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경기 후 "올해도 작년이랑 흐름이 비슷하다. 홈에서 2연승하고 3차전에서 졌다"고만 말했다. 비극으로 끝났던 삼성의 과거를 이야기하지만 작년 삼성은 SK를 상대로 3차전을 내주고 내리 2번 이겨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냈다.
올해 삼성의 한국시리즈에서 징크스가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과거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졌던 사례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3차전 패배에도 삼성은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징크스를 누를만한 전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믿음에서 자신감은 기인한다. 2012년 가을, 징크스와 마주한 삼성은 어떤 결과를 내 놓을까. 29일 4차전에서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