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의 쇳소리 섞인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잠시 숨고르기를 했던 방송인 강호동이 돌아왔다. 유재석과 ‘국민 MC’로 불리며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황금시간대를 종횡무진 누볐던 그가 29일(오늘)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녹화를 통해 긴 동면을 멈춘다. 지난해 9월 9일 세금과소납부 논란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잠정 은퇴 선언을 한지 1년여 만이다.
강호동의 복귀로 또 다시 영원한 라이벌 유재석과의 경쟁이 재개된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그동안 시청률 1위의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했다. 강호동이 복귀 프로그램으로 정한 ‘스타킹’도 유재석이 출연하는 MBC ‘무한도전’과 맞붙는다. 다음 달 29일 방송을 재개하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유재석이 MC로 버티고 있는 KBS 2TV ‘해피투게더3’와 같은 시간대인 목요일 오후 11시 15분에 방송된다.
돌이켜보면 강호동이 있었기에 지금의 유재석이 있고 유재석이 있었기에 지금의 강호동이 있다. 이들은 늘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는 동시에,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데 있어서 외롭지 않은 든든한 동반자였다.

지금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긴 하지만 1990년대 말 MC 신동엽은 자타공인 경쟁자가 없는 최고의 1인자였다. 앞서서는 1990년대 중반 이경규가 그랬고 더 앞서서는 1990년대 초반 주병진이 그랬다. 톱 MC로서 이름을 날렸지만 경쟁자가 없는 1인자의 자리는 오래 가지 못했다. 세 사람 모두 어느 순간 후배들에게 1인자를 자연스럽게 넘겨줬다.
하지만 강호동과 유재석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격돌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두 사람은 2002년 함께 진행했던 KBS 2TV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MC 대격돌 공포의 쿵쿵따’ 이후 최고의 MC로 각광받았다. 이후 2006년 SBS ‘일요일이 좋다-X맨’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며 라이벌 체제를 구축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지상파 방송사 3사가 앞다퉈 강호동과 유재석을 황금시간대에서 경쟁을 붙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강호동은 SBS ‘야심만만’, ‘황금어장-무릎팍도사’,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놀러와’, ‘해피투게더’,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런닝맨’ 등을 통해 큰 인기를 누리며 ‘국민 MC’로 불렸다. 시청률 승자는 시기마다, 그리고 프로그램마다 달랐기에 두 사람의 경쟁은 늘 시청자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동시에 두 사람에게는 서로가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강호동이 잠정 은퇴 선언을 한 후 막강한 1인자의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 달리 유재석은 오히려 정체했다. 그동안 강호동과 양분했던 예능계를 유재석이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강호동이라는 무시무시한 경쟁자가 없는 동안 유재석은 출연하고 있는 ‘놀러와’와 ‘해피투게더’가 침체기에 접어들며 한쪽 날개를 잃었다.
물론 ‘무한도전’과 ‘런닝맨’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다른 두 프로그램은 위기를 겪고 있다. 유재석은 강호동이라는 매서운 견제구가 없자 이상하게도 자유자재로 주루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이는 두 사람이 지난 10년간 예능계라는 하나의 파이를 두고 양분하는 ‘제로섬 게임’에 임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국민 MC’라는 타이틀을 나란히 꿰차며, 경쟁 속 상생하는 ‘윈윈 게임’을 했다. 그러니 강호동이 다시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것은 유재석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강호동이라는 경쟁자가 있기에 유재석의 MC로서 생명선이 더 길어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