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내일도 이어질 것 같다. ‘하면 된다’라는 것을 보여줬다.”
1승 이상의 가치를 부여할만한 승리였다. 3연패로 사실상 시리즈가 종료되는 것을 막았고 서로 투수진을 총동원한 경기서 대승을 거뒀다. SK가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3차전을 가져가면서 2패 뒤 반격을 시작했다.
선발투수 부시와 두 번째 투수로 이미 낙점한 채병룡이 무너진 것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이상적으로 흘러간 3차전이었다. 1회초 시리즈 처음으로 선취점을 뽑았으며 3회초 1-6으로 패색이 짙었으나 상대 선발투수 배영수를 흔들고 히든카드 차우찬과 심창민이 마운드에 올랐을 때 점수를 올렸다. 이후 6회말에 셋업맨 안지만을 완전히 무너뜨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박재상을 제외하고 선발로 나선 모든 타자들이 안타를 기록, 17안타를 합작하며 홈경기에서 마음껏 축포를 터뜨렸다.

3차전 5타수 3안타, 시리즈 전체 12타수 7안타로 타율 5할8푼3리를 기록 중인 정근우는 27일 비로 경기가 우천 연기된 것에 대해 “하루씩 쉬면서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이 비가 고마운 비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3차전에서 어느 팀이 어떻게 선취점을 올리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선취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5년 전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2패뒤 4연승으로 우승한 것을 되새기며 “그 때 3차전에서 내가 먼저 출루한 뒤 팀이 1회에만 2점을 올리며 앞서나갔다. 그 선취점이 터닝포인트가 됐고 분위기가 살아나 시리즈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면서 'AGAIN 2007' SK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의 기적을 이번에 재현하기를 바랐다.
정근우가 강조한 것처럼 3차전에서 SK는 선취점을 뽑았고 타선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찾아 대량 득점했다. 홀로 팀을 이끌었던 정근우는 물론, 클린업트리오 최정, 이호준, 박정권 모두 타점을 올렸으며 김강민은 6회말 안지만에게 3점 홈런을 치면서 삼성 불펜의 상징을 붕괴시켰다. 박진만이 3안타로 하위타선을 이끈 가운데 임훈은 6회말 절묘한 푸시번트로 대량 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마운드 운용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채병룡에 이어 던진 박정배와 송은범은 140km대 후반의 빠른 공을 뽐내며 남은 시리즈에서도 기대를 걸게 했다. 박정배는 3회초 스리런홈런을 맞은 채병룡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서는 2⅓이닝 1실점으로 SK가 반격의 여지를 남겨두게 했다. 송은범은 5회초부터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올렸고 6회말 타자들의 대반격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로써 송은범은 롯데와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등판 부진에 대한 우려를 씻고 차후 시리즈 선발 등판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의도치 않게 긴 휴식을 취한 필승조 박희수와 정우람은 예상대로 경기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특히 박희수는 7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올리며 휴식이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됐음을 증명했다.
3차전에서 이렇게 공수 모두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인 SK는 4차전 김광현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린다. 김광현은 충분한 휴식과 준비 기간을 거친 후 임한 롯데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6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에이스의 위용을 보였지만 5일 휴식 후 치른 5차전에선 1⅔이닝 3실점으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정규 시즌서도 김광현은 등판간격이 짧을 때 유독 부진했었다.
SK가 김광현에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은 김광현이 이전 등판에서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았고 일주일의 휴식 후에 선발 등판한다는 점이다. SK 성준 투수코치는 김광현의 몸 상태에 대해 “광현이는 지금 당장 등판해도 충분히 잘 던질 수 있다. 단지 광현이가 최대치를 낼 수 있도록 일정을 결정한 것”이라며 4차전 등판이 김광현의 투구 사이클에 적합하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만일 김광현이 4차전에서 다시 한 번 호투를 펼쳐 팀 승리를 이끈다면 2승 2패로 시리즈 동률이 되는 것은 물론 5년 전 한국시리즈 4차전 호투의 기분 좋은 기억까지 맞물리게 된다. 그만큼 김광현의 4차전 선발 등판은 ‘AGAIN 2007'에 대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