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 맞춰도 이렇게 비슷할 수는 없다. 2007년에 그랬듯, 올해 한국시리즈 판도 역시 김광현(25·SK)에게 달려 있다.
SK는 3차전에서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1-6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12-8로 뒤집었다. 삼성의 일방적인 리드로 흐르던 시리즈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또 철옹성 같던 삼성 불펜을 두들겼다는 측면에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이제 SK는 시리즈 전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선다. 선봉장은 김광현이다. SK는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릴 한국시리즈 4차전에 김광현을 선발로 예고했다. 2패 후 4연승을 내달린 2007년 한국시리즈의 재현을 꿈꾸는 SK로서는 김광현의 맹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두산과 맞붙었던 2007년과 상황이 비슷하다. 2007년 당시에도 2패 후 3차전을 잡으며 한숨을 돌린 SK는 4차전에 신예였던 김광현을 선발로 냈다. 모두가 SK의 도박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거침이 없었다. 7⅓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22승 투수이자 1차전 완봉쇼의 주인공 다니엘 리오스를 무너뜨렸다. 분위기가 완전히 SK쪽으로 넘어가는 터닝 포인트였다.
여전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김광현은 포스트시즌 들어 2경기 선발 등판했다. 2경기 내용이 사뭇 달랐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6이닝 동안 5피안타 10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에이스의 귀환을 알리는 역투였다. 그러나 5차전에서는 1⅔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했다.
두 경기 모두 김광현은 140㎞ 중·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졌다. 구속 자체는 한창 좋을 때에 근접했다. SK가 진단하는 문제는 회복력이다. 때문에 충분한 휴식 시간을 줬다. 3차전 선발 카드로 김광현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끝내 아꼈다. 덕분에 김광현은 6일이라는 충분한 휴식 뒤 마운드에 오른다. 또 다음 등판에 대한 부담도 없어 한 경기에 모든 힘을 짜낼 수 있다. 기대를 걸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는 다소 부진했다. 3경기에 나가 1승2패 평균자책점 5.40이었다. 피안타율도 2할9푼6리나 됐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3경기에서 1패1세이브에 그쳤다.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삼성 타자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초반 투구내용이 관건으로 보인다.
한편 3차전 대역전패의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삼성은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29)를 4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탈보트는 올 시즌 14승3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하며 훌륭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SK를 상대로도 1경기에 나서 6이닝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삼성으로서는 3차전에서 고개를 숙인 차우찬 권혁 안지만 등 불펜 투수들의 자신감 회복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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