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 후 4연승 역습에 성공했던 시리즈. 상대팀을 달리한 5년 후 한국시리즈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패로 수세에 몰렸던 SK 와이번스가 삼성 라이온즈에 반격 승리를 거두며 데자뷰를 꿈꾸고 있다.
SK는 지난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1-6의 열세를 딛고 김강민의 결정적인 3점 홈런 포함 장단 17안타로 삼성의 두터운 불펜을 공략해 12-8 역전승을 거두었다. 2연패의 벼랑에 몰렸던 SK는 반격의 실마리를 찾는데 성공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강호로서 가을 DNA가 살아있음을 알린 3차전이었다.
특히 SK는 단 한 번의 2연패 후 4연승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던 가을의 강호.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SK는 두산을 상대로 첫 두 경기를 내줬으나 3차전 9-1 승리와 4차전 선발로 나선 신인 김광현의 눈부신 무실점 호투로 4-0 승리, 원점을 만든 뒤 나머지 2경기를 모두 쓸어 담으며 창단 첫 우승 감격을 맛본 바 있다.

5년 전 SK는 팀 컬러가 비슷한 두산과 대결했다. 29승을 합작한 케니 레이번-마이크 로마노 콤비는 34승을 올린 두산의 외국인 원투펀치 다니엘 리오스-맷 랜들보다는 살짝 무게감이 떨어졌으나 심하게 처지는 선발들은 아니었다. 3선발로 11승을 올린 채병룡이 있던 만큼 오히려 선발진에서는 두산보다 우위에 있었다.
또한 발 빠른 주자들을 앞세운 야구를 한다는 점에서 두산과 SK가 서로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 육상부 야구의 원조는 김재현-김동주 임팩트가 큰 두 동기생 좌우 거포가 중심타선에서 큰 경기 활약을 노렸다는 것도 넓게 보면 SK와 두산의 공통점이었다.
무엇보다 김성근-김경문 과거 사제 지간의 큰 경기 격돌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양 팀 감독들은 시리즈가 시작되기 하루 전 미디어데이부터 투구 준비 동작이 빠른 리오스의 투구폼을 놓고 보크 여부로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두산과의 1차전에서 리오스의 완봉투에 0-2로 패한 뒤 “9회에도 150km이 넘는 빠른 공을 쑥쑥 던지더라.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라며 칭찬 조를 넘은 의혹의 시각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양 팀의 신경전과 그라운드 경쟁은 불이 확실히 붙었다.

2차전 채병룡의 몸쪽 공에 두산 주전 1루수인 안경현의 손가락이 골절되었고 이는 안경현의 시즌아웃으로 이어졌다. 이미 격앙되어있던 분위기의 두산은 3차전 1회부터 0-2로 끌려가고 6회 이대수(한화)의 3실책으로 0-9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이후 좌완 이혜천이 김재현의 등 뒤로 향하는 위협구를 던져 빗 속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한동안의 소요 후 퇴장 조치를 당한 이혜천은 모자를 찢으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이 경기부터 두산의 분위기는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4차전 필승을 다짐했던 김경문 감독은 에이스 리오스를 하루 앞당겨 4차전에 투입, 신인 김광현과의 맞대결을 붙였으나 승자는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8이닝 1피안타(탈삼진 9개) 무실점에 두산 타자들의 배트를 연이어 부러뜨리는 위력투로 거물 신인에서 에이스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시리즈 전부터 신경전과 도발, 의의 제기, 벤치 클리어링까지 이어졌던 한국시리즈의 승자는 분위기에서 칼자루를 빼앗았던 SK였다.
이번에는 특별한 신경전이나 도발이 없다. 오히려 류중일 삼성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1차전 선발 윤성환 뿐만 아니라 2차전 선발투수로 장원삼까지 미리 예고해버리자 이만수 감독은 오히려 당황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저희는 2차전에서 마리오(산티아고)를 내보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맞불을 놓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말려버린 형국이었다. 3차전에서 SK 우완 박정배의 제구 되지 않은 공에 박한이가 맞으면서 잠시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된 정도가 양 팀의 신경전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대신 이번에는 뜨거운 타격전이 있었다. 3회 삼성은 상대 선발 데이브 부시의 1루 악송구 등을 틈 타 무사 만루 기회를 맞은 뒤 최형우의 스리런 등으로 6득점을 몰아치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SK는 6회말 정근우가 셋업맨 안지만을 흔드는 1타점 중전 안타를 때려낸 뒤 김강민의 쐐기 3점포는 물론 최정의 내야 안타 때 상대 유격수 김상수의 악송구가 1루 측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행운까지 겹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상대의 수비 실수에 편승한 뒤 득점 행렬의 백미는 홈런으로 이어졌다. SK는 일단 2패 후 승리로 분위기를 다잡았다.
누군가 보기에는 싸우는 재미가 실종된, 심심한 시리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양 팀 선수들에게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엇갈려 부딪히는 전장이다. 5년 전의 재현을 꿈꾸는 SK와 2년 연속 순탄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꾸는 삼성의 대결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