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대폭발’ SK 방망이, 미풍일까 태풍일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29 10: 21

확실히 1·2차전과는 다른 SK의 방망이였다. 그동안의 침묵을 속죄하듯 달아올랐다. 이제는 그 달아오른 감을 이어가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SK는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렸던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12-8로 역전승했다. 온전히 타선의 힘이었다. 초반 마운드의 붕괴된 SK는 1-6까지 끌려갔다. 그러나 타선이 차근차근 점수를 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끝났다”라고 생각한 시점에서 더 분전한 타선 덕에 투수들도 마운드에서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막강한 삼성 마운드를 상대로 한 성과이기에 더 값졌다. 무려 17개의 안타를 쏟아 부으며 삼성을 난타했다.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장타도 터져 나왔다. 박진만 김강민 이호준이 각각 홈런을 치며 끊는 타선에 기름을 부었다. 득점권에서 발휘한 예민한 집중력, 도루를 통한 연결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적어도 타선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기였다.

흔히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고 말한다. 내려갈 때가 있으면 바닥을 찍고 올라갈 때도 있다는 뜻이다. SK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부터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바닥을 찍었다. 그런 측면에서 3차전의 활발함은 반등의 기미로 해석할 수 있다. 홀로 분투했던 정근우는 3차전을 앞두고 “전체 타선이 한 번쯤 올라갈 때가 됐다”라고 했는데 이 말이 그대로 적중했다.
남은 시리즈에서 SK 타선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 보는 근거는 더 있다. 우선 타자들이 밸런스가 좋아진 것이 눈에 띄었다. 사실 3차전 삼성 선발 배영수의 구위는 그렇지 나쁘지 않았다. 140㎞ 중·후반대의 직구에는 힘이 있었고 예리하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전성기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SK 타자들은 1회부터 그 배영수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기 시작했다. 1차전에서는 손도 대지 못했던 안지만의 공 또한 상당 부분 적응한 모습이었다.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또 부진했던 선수들이 살아났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고른 활약이 돋보였다. 최정이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고 김강민은 쐐기 3점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의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하위 타선에서는 박진만이 4타수 3안타(1홈런)로 중심축이 됐다. 여전히 좋은 타격을 이어가고 있는 정근우까지 포함하면 곳곳에 ‘지뢰’가 깔린 셈이다.
그러나 타격은 변수가 많다. 맞을 때가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상대 투수의 구위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그래서 “방망이는 믿을 것이 못 된다”라는 속설이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투수들은 언제든지 맞을 수 있다”라고 3차전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게다가 삼성 마운드는 여전히 강하다. 한 경기 부진했다고 해서 마음 속 깊이 담아두고 있는 선수들도 아니다. 아픈 기억에 대처하는 경험이 풍부하다.
SK도 3차전처럼 매 경기 17안타에 홈런 3방을 터뜨릴 수는 없다. 때문에 SK는 스스로를 먼저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타격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긴장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가 나오지 않을 때는 침착한 연결과 작전을 통해 기회를 살려가는 SK 특유의 야구도 다시 한 번 머릿속에 넣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냉정해야 한다. 잘 맞은 다음날에는 무의식적으로 타자들의 스윙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독으로 돌아온다. 삼성 마운드의 힘을 감안하면 그 확률은 더 높아진다. 3차전 성과에 들뜨는 순간 SK의 방망이는 다시 식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태풍이 되느냐, 아니면 미풍으로 그치느냐는 전적으로 SK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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