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되풀이 되는 것인가.
김응룡 한화 감독이 운명처럼 또 하나의 대들보를 내주었다.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용인하고 포스팅시스템(입찰제도)을 추진하겠다고 29일 공식발표했다. 류현진은 이변이 없는 한 메이저리그 이적이 확실시된다.
특히 김응룡 감독은 내년 시즌 재건을 위해 에이스 류현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ML행을 내심 부담스러워했다. 구단은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은 류현진의 포스팅 추진을 전격 결정했다. 그런데 김응룡 감독은 재임시절 대들보들의 해외진출로 잦은 이별을 했다.

김 감독은 해태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 95시즌을 마치고 에이스 선동렬 현 KIA 감독의 주니치행을 지켜봐야 했다. 선동령은 10년동안 6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해태왕조의 대들보였다. 그때도 선동렬은 여론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일본행을 성사시켰다. 김감독도 한국에서 모든 것을 이룬 선동렬의 해외행을 축하했다.
두 번째는 97시즌을 마치고 야구천재 이종범과의 이별이었다. 93년 입단과 동시에 천재라는 별칭을 받았던 이종범은 5년동안 3번의 우승을 견인했다. 김 감독이 20승 투수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그러나 해태의 자금난 때문에 5년만에 주니치 이적을 막지 못했다. 당시 김응룡 감독이 말한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삼성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거포 이승엽이 김응룡 감독 곁을 떠났다. 이승엽은 2003시즌 아시아신기록인 56호 홈런을 날리고 FA 자격을 취득했다. 더 큰 무대에서 뛰겠다면서 메이저리그 이적을 타진했고 결국 일본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감독 은퇴와 함께 현장을 떠났던 김감독은 시즌 종료 직후 8년만에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최하위 한화의 재건을 맡은 김 감독은 에이스 류현진을 내세워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행으로 결정이 나면서 만나자마자 이별을 하게 됐다. 그는 아쉬움 대신 "선배로서 도전을 축하한다"는 말로 담담히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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