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바로 적극적으로 대결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꼬시다가 제가 스스로 어렵게 간 것 같아요. 무사 만루라고 특별히 긴장하지는 않았습니다”.
2년 이상의 실전 공백이 있었으나 담력만큼은 최고급이었다. 3차전 계투로 조기 투입되었으나 ⅓이닝 3실점으로 아쉽게 마운드를 내려갔던 채병룡(30, SK 와이번스)은 대단한 긍정왕이었다.
지난 4월 10일 공익근무를 마치고 소집해제한 채병룡은 14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16으로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치렀다. 여기에 채병룡은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16경기 5승 3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2.60로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팀의 역전승 불씨를 살리는 쾌루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선수인 만큼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투수진의 조커로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28일 3차전은 채병룡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1-0으로 앞선 3회초 선발 데이브 부시가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곧바로 마운드에 오른 채병룡은 첫 타자 정형식에게 풀카운트 끝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뒤를 이은 이승엽에게 2타점 적시타, 최형우에게 우월 스리런을 내주며 1-6에서 박정배에게 바통을 넘겨야 했던 채병룡이다.
다급한 상황에서 운이 따르지 않으며 자칫 팀의 패배 빌미를 제공할 뻔 했던 채병룡. 그러나 6회 팀이 역전 6득점 등으로 12-8 역전승에 성공, 채병룡은 마음의 미안함을 덜 수 있었다. 29일 문학에서 만난 채병룡은 팀 승리 덕택에 그래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첫 타자 때 도망가지 않고 바로바로 대결했다면 괜찮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만루다보니 ‘방망이를 꼬셔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어렵게 가다가 제가 어려워졌네요. 그래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제가 나온 경기는 두 번 다 우리 팀이 이겼습니다”.
한국시리즈를 돌입하면서도 채병룡은 “긴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선수단의 큰 경기 경험이 많으니까 굳이 긴장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라며 긍정적인 자세를 지킨 바 있다. 비록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으나 무사 만루에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밝혔다.
“무사 만루라고 해도 충분히 승산 있다고 봤어요. 그러나 제가 어렵게 만든 감이 컸지요. 포수 조인성 선배의 사인 호흡에서 제가 미스를 범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렵게 가기도 했고 상대 타자들도 잘 쳤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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