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4] ‘부진’ 이호준, 밥을 물에 말아먹은 사연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29 16: 21

대다수의 운동선수들은 징크스에 민감하다. 일반인 시선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금기시되는 행동도 있다. 이를 테면 밥을 물이나 국에 말아먹는 행동이다. “경기를 말아 먹는다”라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피한다.
물론 그런 행위가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징크스를 만들고 싶지 않은 선수들의 절박함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호준(36·SK)이 금기를 깨뜨렸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서다. 평소 카레에 계란 두 개를 먹으면 성적이 좋았다는 이호준은 29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 앞서 “카레 대신 그냥 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라고 고백했다.
이호준은 평소 징크스가 많은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호준도 “예전에는 징크스 때문에 경기를 앞두고 물에 밥을 말아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호준은 “어차피 이때까지 경기를 하도 많이 말아먹어서 오늘은 그렇게 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팀 부동의 4번 타자인 이호준은 포스트시즌 들어 부진에 빠져 있다. 한국시리즈 3경기 타율은 2할2푼2리(9타수 2안타)에 불과하다. 특히 득점권에서 침묵하며 벤치와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4번 타자 체면이 영 서지 않는다. 하지만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이호준이 물에 밥을 말아먹은 것도 일종의 자기주문이다.
일단 반전의 기회는 만들었다. 이호준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8회 김희걸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8경기 만에 나온 대포였다. 이호준은 “홈런을 어떻게 쳤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기분 전환에는 분명 도움이 될 만한 손맛이었다.
이만수 SK 감독도 이호준에게 밝은 표정을 주문했다. “시즌 때처럼 적극적으로 잘 쳤다. 타이밍이 앞에서 맞는 타구도 많았다. 좋은 모습이었다”고 3차전 팀 타선을 평가한 이 감독은 이호준이 홈런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럴 필요가 없다. 홈런은 홈런이다”이라고 했다. 평소 이호준에게 “너는 떠들어야 야구가 잘 된다”라고 자기 스타일의 고수를 강조하는 이 감독의 생각과 맞닿아있다.
공교롭게도 이 감독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이호준은 훈련을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덕아웃에 들어왔다. 이를 본 이 감독은 “지금 보니 잘 웃는다. 오늘 예감이 좋다”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 감독은 4차전에도 4번 자리에 이호준의 이름을 써 넣었다. 과연 이호준은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 4차전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