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니얼 김 객원기자] 포스트시즌은 정규 시즌과는 다르다. 정규 시즌이 마라톤이라면 포스트시즌은 100m 단거리에 가깝다. 그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승부 또한 빠르게 결정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일이라는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감독의 투수진 운영 방법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게 바로 포스트시즌 야구이다. 정규 시즌 동안 막강한 불펜을 자랑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불펜이 3차전에서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지만 SK 와이번스의 불펜은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강해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SK의 이만수 감독은 선발 투수 송은범을 과감하게 ‘스윙맨’으로 기용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양 팀 간의 불펜 싸움은 SK로 기울기 시작했다. 3차전에서 2이닝 동안 삼성 타선을 잠재우며 승리투수가 되었던 송은범은 4차전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활약은 삼성 공격의 흐름을 끊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정규 시즌동안 단 한 경기에만 불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활약이었다.

4차전 6회 초 선발투수 김광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은 삼성의 4번 타자인 박석민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면 순식간에 위기를 넘겼다. 스윙 하나면 경기 흐름을 삼성이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4차전 터닝 포인트였다.
송은범의 활약은 마치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린스컴의 활약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다. 린스컴은 한 때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서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그를 불펜 투수로 기용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싸이영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선발투수를 불펜으로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보치 감독의 결정은 결정적이었다.
린스컴은 2012년 월드시리즈 동안 4 2/3이닝을 소화하면서 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짧은 이닝이었고 선발투수는 아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마운드에 올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막강 타선을 잠재웠던 것이다. 물론 정규 시즌 동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보직이었다.
린스컴의 ‘스윙맨’ 기용은 결국 보치 감독이 선택한 포스트시즌 야구를 위한 맞춤형 전술이었다. 이제 한국시리즈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계산은 아주 간단하다. 2경기를 먼저 이기는 팀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다. 그리고 ‘스윙맨‘ 송은범이 버티고 있는 SK의 불펜은 정규시즌 보다 훨씬 더 막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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