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흐름을 한 번에 바꾸는 데는 장타만큼 좋은 것이 없다. SK가 이를 완벽하게 증명한 한 판이었다.
SK는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1로 이기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대구 원정에서 2연패를 당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처져 있었던 SK는 홈에서 기를 충전하며 동등한 상황에서 시리즈를 잠실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전날(28일) 3차전에서 17개의 안타로 삼성 마운드를 폭격했던 SK는 4차전에서 다소 감이 무딘 듯 보였다. 삼성 선발 탈보트에게 3회까지 퍼펙트로 끌려갔다. 2회까지만 4번이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탈보트의 높은 유인구에 욕심을 부리다 손해를 봤다. 전날의 대폭발이 선수들의 스윙을 크게 만드는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런 SK를 구한 것은 역설적으로 큰 스윙이 동반될 때 나타나는 장타본능이었다. 첫 타석에서의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 있는 스윙을 했다. 그 효과는 4회부터 드러났다. 선두 정근우부터 초구에 자신 있게 배트를 냈다. 유격수 김상수의 호수비에 걸렸지만 타이밍이 제대로 맞았다.
다음 타자 박재상도 3B-1S 상황에서 헛스윙을 했다.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탈보트의 높은 직구에 힘껏 배트를 돌려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SK의 경기 첫 안타가 홈런으로 장식되는 순간이었다. 전형적인 홈런타자가 아닌 박재상이었기에 소극적으로 나섰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홈런이었다.
박재상 홈런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최정이 연속타자 홈런을 작렬했다. 약간 높았던 136㎞짜리 슬라이더를 자신 있게 받아쳤다. 슬라이더를 노렸고 그 구종이 들어오자 머뭇거림 없이 배트를 돌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한국시리즈 역대 7번째 연속타자 홈런이었다. 2안타가 2득점으로 이어졌다. 영양가 만점이었다.
이후에도 SK 타자들의 배트는 자신 있게 돌아갔다. 부작용도 있었지만 맞으면 크게 날아갔다. 타격이 부진했던 이호준은 4회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쳤고 김강민의 적시타 홈을 밟았다. 7회에도 박정권이 바뀐 투수 고든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쳤다. 박정권의 장타 역시 조인성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만수 SK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적극적으로 스윙하라”고 주문한다. 타석에서 긴장되고 위축되면 좋을 것이 없다는 지론이다.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이 감독의 현역시절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지도방식이다. 4차전을 앞두고도 이 감독은 “3차전에서는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고 정규시즌처럼 쳤던 것 같다”라고 했다. SK의 정규시즌 장타율은 3할8푼4리로 삼성(.389)에 이어 2위였고 팀 홈런(108개)는 1위였다.
물론 큰 스윙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안 맞는 경우는 답답한 양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SK의 한국시리즈 1·2차전이 그랬다. 너무 적극적인 타격은 삼성 투수들의 투구수만 줄여주는 역효과로 다가왔다. 그러나 ‘생각 있는’ 적극적인 스윙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SK 타자들이 3·4차전에서 그런 스윙을 했다. 결과는 2경기 도합 홈런 5방으로 나타났고 그 끝에서는 2연승이라는 값진 열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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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