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며 숨을 죽였던 SK 필승조가 삼성 앞에서 화끈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3차전에서 무너진 삼성 불펜과 대비되는 활약이라 어깨에 힘은 더 들어갔다.
SK는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선발 김광현의 호투와 박재상 최정의 한국시리즈 역대 7번째 연속타자홈런을 앞세워 4-1로 이겼다. 이로써 2연패 뒤 홈에서 2경기를 모두 잡은 SK는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최종 점수가 말해주듯 팽팽한 승부였다. 그리고 그 팽팽한 승부의 승리를 지킨 것은 SK의 계투 요원들이었다. SK 선발 김광현은 5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하며 벤치의 믿음에 부응했다. 그러나 역시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닌 듯 4회를 기점으로 구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3-0으로 앞선 6회 박한이 이승엽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SK 벤치는 89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을 미련 없이 내렸다. 지난 경기와는 다른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박정배의 어깨가 좋지 않아 불펜에 눌러 앉은 송은범이 김광현을 구원했다. 미리 몸을 풀어 놓은 송은범은 비록 폭투와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주긴 했지만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았다.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해 무리하기 보다는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먹혔다. 이로써 SK는 경기의 흐름을 계속 쥘 수 있었다.
7회 2사 후 송은범이 배영섭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자 SK 벤치는 또 움직였다. 전날(28일) 1⅓이닝 3탈삼진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한 박희수를 지체 없이 올렸다. 박희수는 박한이를 2루수 땅볼로 잡고 불을 끈 데 이어 8회를 삼자범퇴로 막고 시즌 홀드왕의 위용을 과시했다.
마침표는 마무리 정우람이 찍었다. 전날 9회 등판해 1실점하며 불안함을 남겼던 정우람이었지만 경기 전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닌 1~2점차 상황에서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걱정 없다”라고 했던 이만수 SK 감독의 말대로였다. 2사 후 안타 하나를 허용하긴 했지만 무난한 투구로 세이브를 따냈다. SK 불펜의 도합 성적은 4이닝 2피안타 5탈삼진이었다. SK의 계투작전의 완벽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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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