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에이스 류현진(25, 한화)이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시장의 저울에 놓인다.
한화는 지난 29일 7년차 요건을 채운 류현진의 거취와 관련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류현진은 7년차이기 때문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해외로 이적할 수 있다.
포스팅 시스템은 최고 이적료를 써낸 구단에 우선협상권을 주는 공개입찰제도. 2001년 7월 개정된 한미 선수계약 협정에 따라 한국프로야구 선수가 미국에 진출할 경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최고액을 제시하는 구단이 독점 계약 협상권을 얻는다.

이적길이 열렸다고 해서 류현진이 무조건 바다를 건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화는 류현진이 포스팅 시스템에서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메이저리그 진출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류현진이 헐값을 받을 경우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구단 제시액 1000만 달러 이상을 베팅할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예상이다. 60만 달러(이상훈), 65만 달러(임창용)가 대부분이었던 10년 전에 비해 한국 선수들의 수준이 발전한 것을 그들도 와서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웬만한 금액에는 류현진을 보내지 않겠다는 한화 구단의 의지도 반영돼 있다.
관건은 본인에게 돌아가는 연봉 수준이다. 류현진을 빼내오는 것에만 치중해 구단 제시액을 높게 부른 뒤 선수에게는 헐값만 지불할 가능성도 있다. 류현진은 연봉에는 별로 상관치 않는다고 밝혔지만 그의 연봉은 한국 프로야구의 자존심과도 연결돼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메이저리그행을 추진했던 정대현(롯데)도 "헐값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류현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다. 그가 싼 연봉에 미국으로 나간다면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호의적이던 여론도 돌아설 수밖에 없다.
결국 구단의 포스팅 시스템 허락이라는 빗장은 열렸지만 이제 시작이다. 류현진의 몸값은 앞으로 해외에 진출할 다른 선수들의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우리나라 야구계의 행사나 마찬가지다. 류현진이 과연 적당한 평가를 받고 한국야구의 위상을 세울 수 있을까.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