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못하면 망신 아냐. 잘 해야지".
'대한민국 최고 투수' 한화 류현진(25)의 메이저리그 도전에는 구단과 김응룡(71) 감독의 승낙이 따랐다. 한화 구단은 지난 29일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류현진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에 메이저리그행이 기정 사실화됐다. 김응룡 감독은 해태 시절 선동렬·이종범, 삼성 시절 이승엽에 이어 한화에서도 또 하나의 스타를 해외로 떠나보내게 된 것이다.
당초 "15승 이상의 투수인데 대안이 없다. 그만한 투수 어디서 데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류현진 잔류 희망을 내비쳤던 김 감독이지만 젊은 선수의 미래를 위해 길을 터주기로 결심했다. 한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정말 잡고 싶어하셨지만 류현진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이왕 보낼 바에야 차라리 빨리 보내주자는 마음을 먹으셨다"고 밝혔다.

김응룡 감독은 선동렬·이종범·이승엽을 떠나보낸 때를 떠올리며 "비중은 류현진이 더 크다. 한화는 최약체팀이다. 약체팀에서 에이스가 빠지는데 당연히 비중이 크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 감독이 류현진의 잔류 희망을 역설한 것도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김 감독도 "어느 감독이든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떠나보내기로 한 만큼 잘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김 감독은 "야구선배로서 잘 하라는 말밖에 더 있겠나.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인데 못하면 망신이니까 잘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내가 알겠나. 결국 본인한테 달려있는 것"이라며 류현진이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로서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마음을 먹고 도전하기를 바랐다.
이어 김 감독은 "한국에서처럼 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 지금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한다. 솔직히 우리나라 야구는 트리플A 수준도 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메이저리그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가서 더 잘해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답게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말로 류현진의 도전 정신을 주문했다.
15승 이상의 에이스를 부임하자마자 떠나보내게 된 김응룡 감독. 물론 아직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김 감독은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를 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팀은 한 사람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한화도 류현진에서 탈피해야 한다. 없는 전력이지만 어떻게든 해보는 수밖에 없다"며 선수 한 명에 의존하는 팀을 떠나 전체 의식을 강조했다.
해태-삼성 시절에도 김응룡 감독은 수많은 슈퍼스타들을 거느리면서도 특정선수에 의존하지 않으려 했다. 류현진을 보내기로 한 한화에서 김응룡 감독의 진면목이 발휘될 때가 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