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9⅔이닝 무실점' 박희수, SK 새로운 가을아이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0.30 07: 51

그가 없었더라면 팀의 플레이오프 직행, 한국시리즈 진출이 가능했을까. 이제 그는 누가 뭐라해도 팀의 당당한 최고 주역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홀드 신기록(34홀드)을 세운 좌완 필승 계투 박희수(29, SK 와이번스)가 생애 최고의 가을을 스스로 그려내고 있다.
박희수는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2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3-1로 앞선 7회초 2사 1루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2탈삼진 퍼펙트로 완벽투를 선보였다. 박희수는 28일 3차전 1⅓이닝 1피안타(탈삼진 3개) 무실점에 이어 이틀 연속 홀드를 따내며 페넌트레이스 34홀드가 반짝 활약이 아니었음을 또다시 증명했다.
투구 내용도 빼어났다. 140km대 중후반의 예리한 직구는 물론이고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투심 패스트볼은 서클 체인지업의 움직임을 보여주면서도 투심 패스트볼 다운 스피드는 잃지 않는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팀의 필수 계투로 기회를 얻기 시작한 대기만성 박희수는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65경기 8승 1패 6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1.32을 기록, 이제는 팀을 넘어 국내 최고 좌완계투로 우뚝 섰다.

그러나 데뷔 첫 포스트시즌이던 지난해 기억은 그리 좋지 못했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경기에 출장해 1홀드 평균자책점 3.00으로 자기 몫을 했던 박희수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2홀드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 9.82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는 1패 평균자책점 15.43으로 아픔을 남겼다. 정신적인 부담감은 물론이고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된 일정으로 인해 체력적으로도 아쉬움이 남았던 지난해 가을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지난해 아픔을 잊지 않고 투심 패스트볼 등 자신의 무기를 더욱 완벽하게 가다듬고 투구 밸런스를 더욱 알맞게 조정하는 데 집중했던 박희수는 그간의 경험과 높아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포스트시즌에서도 최고 릴리프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히는 중이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3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한 박희수는 한국시리즈 2경기 연속 무실점 홀드까지 포함하면 6경기, 9⅔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가을에도 용맹함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박희수가 야구인들로부터 극찬을 받는 것은 바로 그의 착한 성품이다. 어느 정도 자신이 팬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는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어설픈 스타 의식 등으로 인해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일부 젊은 선수들도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박희수는 이전처럼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야구 인생을 살아가고자 노력 중인 선수다. '성격이 모난 면이 있어야 야구를 잘 하더라'라는 선입견도 있는 야구계에서 박희수는 충분히 본보기가 될 만한 선수임에 틀림없다.
2007년 한국시리즈 이후 SK는 5년 만의 리버스 스윕을 꿈꾼다. 지난해까지 2연패 후 4연승 우승의 성공률은 불과 6.7%. 그러나 수세에 몰렸던 SK는 자신들이 원정지에서 당한 2연패를 안방 2연승으로 설욕했다. 그 중심에는 지난 5년 반 동안의 무명의 터널을 뚫고 우뚝 선 국내 최고 좌완 계투 박희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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