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데자뷰이다. 그러나 결과는 다를 수도 있다.
SK가 지난 29일 한국시리즈 문학 4차전에서 4-1로 승리했다. 원정 2연패로 벼랑끝에 몰렸지만 안방에서 보기좋게 2연승 반격에 성공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주도권을 쥔 SK는 2007 역전우승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삼성도 호락호락 물러설 팀이 아니다. 특히 이만수 감독이 향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2007 혹은 2009 데자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07년 재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크다. 두산에게 먼저 2연패를 당하고 4연승으로 우승한 흐름이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당시 정규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했다. 문학 1~2차전 거푸 패했지만 잠실 3차전에서 실마리를 잡고 4차전에 김광현을 투입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잠실 5차전에 이어 문학 6차전까지 잡아내 첫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타선에서는 김재현이 해결사로 맹활약을 펼쳤다.

다른 결과도 있었다. 2009년 KIA와의 한국시리즈도 비슷했다. 그때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를 진출했다. 광주 원정 1~2차전을 모두 내주었다. 그러나 안방으로 돌아온 뒤 홈런포와 벌떼불펜을 앞세워 2연승,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에이스 김광현이 없어 선발보다는 불펜진에 방점이 있었다. 잠실로 승부를 옮겼고 5차전에서는 로페즈에게 완봉패를 당했지만 6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마지막 7차전에서 5-1로 앞서다 뼈아픈 역전을 허용한 바 있다.
결국 SK는 남은 3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요한 것은 5차전의 승부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의 데자뷰에서 5차전 승리팀이 우승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5차전 선발 윤희상의 호투와 3차전부터 살아난 홈런포가 관건이다. 송은범-박희수-정우람으로 이어지는 필승불펜에 무사히 바통을 이어 받느냐도 중요하다.
특히 이만수 감독이 중요한 고비에서 어떤 용병술을 펼칠지도 관심이다. 작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거치며 14경기를 했다. 올해도 플레이오프 5경기, 한국시리즈 4경기 등 9경기를 소화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경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이 감독이 다양한 승부처에서 어떤 필승카드를 내놓을 것인지가 승부의 흐름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치는 시기이다. 일단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사투를 벌였다. 이어 한국시리즈 4경기를 소화했다. 서서히 체력과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시기이다. 아무래도 긴박감이 넘치는 경기를 하다보면 지칠 수 밖에 없다. SK에게 2007 기적의 데자뷰인지, 2009 아픔의 데자뷰인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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