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영화배우 박시후와 충무로의 터줏대감 정재영의 변신은 끝이 없었다.
박시후가 연쇄살인범으로, 정재영이 처음으로 형사 역할을 맡아 큰 기대를 모았던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감독 정병길)가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초반부터 정재영과 박시후의 비 오는 밤 추격신으로 시작된다.
두 인물이 좁은 골목길,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질주하는 동안 카메라를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시선을 유지, 관객들이 마치 이들의 추격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2009년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로 스턴트 배우들의 실전 액션을 생생하게 담아 호평을 받은 정병길 감독은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전작을 뛰어넘는 리얼 액션을 진수를 선보였다. 군더더기가 없는 액션들은 관객들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오게 만들었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후 살인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과 그를 법으로는 잡을 수 없는 형사의 끝나지 않은 대결을 그린 작품. 영화는 주연배우들 박시후와 정재영의 액션뿐만 아니라 호연으로 더욱 풍성해진다.
박시후는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곡 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고 2년 후, 자신을 그 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히며 살인참회 자서전 ‘내가 살인범이다’를 출간한 작가 이두석으로, 정재영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곡 연쇄살인사건 담담 형사 최형구로 분한다.
극 중 박시후는 세상을 향해 비웃음을 짓고 연쇄살인범임에도 대중이 자신에게 보내는 환호와 응원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 사람들에게 서늘한 눈빛을 보내는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이두석이라는 캐릭터를 관객으로 하여금 분노하게 할 정도로 집중하게 한다. 정재영은 이번 작품에서 독종 형사 최형구 역을 맡아 욕설와 독설을 쏟아낸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것과 동시에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특히 박시후와 정재영이 신경전 벌이는 모습은 명장면으로 꼽을만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비꼬는 대화를 하다 정재영이 박시후에게 짜장면을 던지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들의 변화는 단지 서로 쫓고 쫓기고 물고 헐뜯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짜릿한 반전을 보면 박시후와 정재영의 변신이 왜 끝이 없는지 오는 11월 8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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