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비밀번호 8888577을 찍던 팀은 지난 5년 간 계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두 명의 감독들은 재계약 없이 그대로 팀을 떠나게 되었다. 그것도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직행을 함께했던 감독은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한 채 낙마했다. 롯데 자이언츠가 양승호 감독의 전격 사퇴를 알렸다.
롯데는 30일 "양 감독의 사퇴의사를 수용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양 감독은 지난 2011시즌부터 롯데 사령탑을 맡으며 첫 해 후반기 대도약을 통해 팀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함께했다. 올 시즌에는 페넌트레이스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두산을 꺾고 13년 만에 롯데의 첫 포스트시즌 상위 시리즈 진출을 이끈 감독이다.
덧붙여 롯데는 "양 감독은 2010년 말 감독 계약 당시 향후 2시즌 이내에 팀을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겠다고 약속했다"라고도 했다. 따라서 롯데 측이 밝힌 양 감독의 사퇴 형식은 '2시즌 간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로 인한 자진사퇴'로 볼 수 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상황이다.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롯데가 2승3패로 시즌을 마친 뒤 양 감독의 사퇴 보도가 나왔다. 롯데 측은 미온적인 태도로 "양 감독의 재신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라는 말만 유지했다. 감독에게 힘을 주는 대신 석연치 않은 말이 되풀이 되었다.
시기 상으로도 롯데에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롯데는 내달 8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2년을 함께 한 감독의 사퇴를 결정했다는 것은 비록 아시아시리즈가 시즌 후 친선경기라고 해도 영 개운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감독 계약 시 2시즌 이내 한국시리즈 진출 약속"을 구단 측에서 내세웠다는 자체가 "양 감독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사퇴하는 것이다"라고 변명을 하는 형국과도 같다. 자진 사퇴 형식이지만 마치 '해고'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양 감독 전임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도 3년 간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으나 구단에서는 "포스트시즌 상위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비춰졌다"라는 뉘앙스를 풍겼던 바 있다.
2000년대 롯데는 리그의 대표적인 약체였다. 야구 팬들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의 팀 순위인 8888577을 언급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비로소 포스트시즌 컨텐더가 된 롯데. 그러나 그 5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던 두 명의 감독은 모두 재계약에 실패한 채 감독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아시아시리즈를 대비해 훈련하던 선수단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30일 정규 훈련을 중단하며 충격파에 휩싸였다.
13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롯데. 이 팀은 가장 열성적인 팬을 갖춘 동시에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에 이어 양 감독도 재계약 언질 없이 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되었다. 구단이 자진사퇴로 포장한 양 감독의 낙마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분명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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