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전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은 이승엽(36·삼성)의 주루사에 상대팀인 SK도 놀랐다. 득을 봤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의문점도 같이 드러냈다.
이승엽은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결정적인 주루 미스로 고개를 숙였다. 0-0으로 맞선 4회초 무사 1·2루에서 최형우의 우익수 방면 타구를 확인하지 않고 3루로 뛰었다. 결국 최형우의 타구는 임훈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고 귀루하지 못한 이승엽도 횡사했다. 다소 흔들리던 SK 선발 김광현에게는 힘이 됐고 반대로 선취점의 기회를 놓친 삼성은 힘이 빠졌다. 결국 삼성은 1-4로 졌다.
이광근 SK 수석코치는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앞에서도, 너무 뒤에서도 수비하지 않았다. 그 외에도 특별한 수비 시프트는 없었다”고 떠올렸다. 우익수 임훈이 약간 우중간에 치우쳐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우리 분석자료대로 했을 뿐이다. 최형우의 타구가 우익선상보다는 우중간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했다. 임훈의 수비 위치는 정상이었다는 뜻이다.

이 코치는 “왜 그랬을까”라고 했다. 이 코치는 “1사라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는 무사였다. 2루에서 출발하면서 타구를 한 번 바라보고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형우의 타구가 정타도 아니었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에 집중력 저하가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플레이라는 게 SK 벤치의 판단이다.
이 코치는 “그런 플레이가 나오면 여파가 3이닝을 간다”라고 했다. 이만수 SK 감독도 “최고의 선수인 이승엽이 본헤드 플레이를 했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면서 타산지석을 강조했다. 이 감독은 “우리도 어이없는 실책으로 경기에서 지는 경우가 있다”라며 선수들의 각성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승엽의 실수는 경기 결과는 물론 SK에 한 번 더 생각할 계기를 줬다는 점에서 두 배로 뼈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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