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롯데에 '소통의 야구' 유산 남겼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30 16: 28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52) 감독이 전격 자진사퇴했다 .
롯데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24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던 양승호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10년 11월 롯데 14대 감독에 올랐던 양 감독은 계약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놓게 됐다.
비록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양 감독이지만 지난 2년 동안 롯데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부임 첫 해인 지난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30년 구단 역사상 단일리그 2위를 차지한 건 2011년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뒤져 한국시리즈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다.

올해 롯데는 투타 핵심인 장원준과 이대호가 팀을 떠나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시즌을 맞았다. 양 감독은 작전보강과 수비강화에 답이 있다고 판단, 스프링캠프에서 이 부분에 주력했다. 개막 첫 달을 선두로 마친 롯데는 줄곧 상위권에 위치해 강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양 감독은 롯데의 오랜 숙제였던 불펜 강화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올해 타선의 약화 속에서도 삼성과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다툴 정도로 마운드가 두터워졌다. FA로 영입한 정대현-이승호가 시즌 중반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양 감독은 많은 불펜투수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양떼야구'를 들고 나와 성공을 거뒀다.
시즌 막판 부상선수가 속출, 연패에 빠지기도 했으나 양 감독은 정규시즌 4위를 지켜내 롯데의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이 역시 구단 기록이다.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에서는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승리를 거두고 단기전에 약하다는 그 동안의 평가를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선발진의 약세를 딛지 못하고 SK에 2년 연속 발목이 잡혔다. 결국 양 감독은 롯데 유니폼을 벗게 됐다.
양 감독이 롯데에 남긴 건 성적 뿐만이 아니다. 선수들과 깊게 교감하는 '소통의 야구'를 남겼다. 양 감독의 존재 하나로 롯데 선수들은 다른 팀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았다. 젊은 선수들에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구사했다. 지난해 손아섭과 고원준은 양 감독과 내기를 해 선물을 받기도 했다. 또한 고원준이 올 시즌 부진을 면치 못하자 다시 상동 기숙사로 불러들이는 등 엄한 모습도 보여줬다.
고참 선수들에게는 최대한의 자율을 부여했다. 홍성흔과 조성환 등 더그아웃 리더에게는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선수단 관리를 선수들에 자율로 맡겼고, 롯데 선수들은 성적으로 보답했다. 경기승리 후 구단에서 별도로 선정하는 MVP는 연봉이 적은 선수를 우선적으로 챙겨주는 모습도 보여줬다.
첫 해 구단역사상 첫 정규시즌 2위, 올 해 13년 만의 포스트시즌 시리즈 통과라는 성과를 남기고도 양 감독은 롯데 유니폼을 벗게 됐다. 그가 롯데에 남긴 유산이 향후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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