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의 그 남자, 환상 멜로로 한국 온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10.30 17: 17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 엘렌 페이지가 꿈 속을 거닐며 빌딩숲 세상을 반으로 접어버리는 장면이 있다. 모든 거리와 건물들은 과학의 법칙을 무시하고 하늘에서 땅을 향해 뻗어나가 기존의 우리 세상과 맞붙어 상상 이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런 기시감에서 출발한 '업사이드 다운'(후안 디에고 솔라니스 감독, 짐 스터게스-커스틴 던스트 주연)은 하지만 '스크린 비주얼 쇼크'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더욱 파격적이다. 거꾸로 붙은 두 개의 세상이 '인셉션'에서는 꿈이었다면 '업사이드 다운'에서는 현실이다. 산, 강, 집, 회사, 거리, 레스토랑, 사람 등 세상의 모든 것이 각자의 중력이 존재하는 절반으로 나눠져있고, 또한 이 두 세계에는 빈부 차이를 비롯한 권력 관계도 존재한다. 서로의 세계에 침범해서는 안 되는 상부와 하부의 사람들. 하지만 중력을 거스르는 노력이 역사와 함께 이뤄졌듯, 영화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업사이드 다운'이 30일 오후 서울 롯데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됐다. 기발하고 신기하기까지 한 비주얼로 예고편에서부터 예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업사이드 다운'은 '인셉션'의 멜로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셉션'처럼 보는 이에게 과학과 실제, 허구와 진실을 구분하려는 지적 욕구를 불러일으키지만, 내용은 절절한 한 편의 러브스토리다.

보통의 러브스토리가 고전 '로미오와 쥴리엣'이 그렇듯, 방해 세력을 만난 두 남녀가 그 난관을 헤치고 결말을 맞는 내용이다. 이들이 모든 고통을 감수하고 장애물을 넘고자 노력하는 동력은 서로에 대한 열정이며, 작가의 선택에 따라 해피엔딩으로, 혹은 새드 엔딩으로도 만들어진다.
'업사이드 다운' 속 주인공들의 방해물은 그간 어떤 영화에서보다도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의 장애는 부모의 반대도, 계급도, 인종도, 국경도 아닌 중력이다.
영화의 토대가 된 발상은 '이중 중력의 법칙'이다. 이는 서로 다른 중력이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는 그것이 속한 세상을 벗어날 수 없고, 물체의 무게는 반대 세계의 물체로 상쇄될 수 있지만, 반대 세계와 접촉하면 타버린다는 법칙이란다.
영화는 이런 설정이 가져온 비주얼만으로도 볼거리가 상당한 편이다. 위와 아래가 거꾸로 맞닿은 미지의 세계는 단순한 신기함을 넘어 예술적 감각이 묻어난다.
실제감과 동화같은 느낌이 공존하는 가운데, 세기말을 연상시키는 탈색된 세상은 황량함을 드러내지만, 아담(짐 스터게스)과 에덴(커스틴 던스트)이 한 공간에 존재하는 장면은 몽환적이면서도 온기를 자아낸다. 이들에게는 에덴 동산같은(중력의 영향이 가장 약하고,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둘 만의 세계인 비밀의 숲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아담과 에덴이 끝없이 업사이드 다운(뒤집기)을 하며 키스하는 공간은 판타지 그 자체다.
그런가하면 상부 세계와 하부 세계의 만남이 유일하게 허락되는 트랜스월드의 거꾸로 맞닿은 거대한 사무실 구조, 아담이 에덴을 위해 몸에 평형추를 다는 모습, 아담이 상부 세계의 화장실에 갔다가 소변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공중으로 치솟는 에피소드 등은  그 기발한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 영화는 이처럼 러닝 타임 내내 '저게 정말 얼만큼 가능할까?'란 과학적인 호기심을 돋운다.
두 가지 다른 중력을 표현하기 위해 세트장 자체가 360도 회전을 하고 카메라가 전체적으로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을 이용했고, 모든 장면들을 3D로 먼저 구현시킨 후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스파이더맨'에서 거꾸로 키스를 선보였던 커스틴 던스트은 정말로 키스의 여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번에는 우주 불변의 법칙을 거부하는 키스를 보여주니까. 주인공 짐 스터게스는 올 연말 공개될 워쇼스키 형제의 대작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배두나와 공연하면서 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지게 된 할리우드 신예스타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배두나의 남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2세 관람가, 11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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