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업사이드 다운’, 상상 그 이상이었다.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감독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던 거꾸로 된 두 개의 세상을 영화로 구현했다.
30일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그 베일을 벗은 ‘업사이드 다운’은 그간 판타지 영화들의 식상함을 깨버린 작품이었다. 몽환적이면서도 가능할 법한 스토리로 2시간 동안 관객들을 위와 아래의 세상에 번갈아 초대했다.
‘업사이드 다운’은 서로 다른 행성이 맞닿아 있지만 두 개의 중력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를 건설해 사는 사람들이라는 기발한 설정과 결코 만나선 안 되는 남자와 여자가 우주불변의 법칙을 거슬러 애틋한 사랑을 펼친다는 SF 판타지 블록버스터.

대중은 그동안 지상과 지하, 지상과 하늘 등 평행적으로 세상이 존재하는 판타지 영화들은 많이 봤지만 이 작품과 같이 두 개의 세상이 거꾸로 된 모습은 접할 수 없었다. 위와 아래가 거꾸로 상반된 두 행성이 태양을 따라 공전하며 정반대의 중력이 존재한다는 설정은 그 어떤 영화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어 새롭다.
감독은 ‘업사이드 다운’을 통해 두 개의 중력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었고 관객들이 약간의 어지러움은 느낄 수 있겠지만 배우들의 얼굴을 과감하게 거꾸로 뒤집어 스크린에 담았다.
15년간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감독은 2003년 단편영화 ‘머리 없는 남자’로 수채화 같은 장면들로 호평을 받으며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감독. 감독은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영화에서 마음껏 풀어놓으며 관객들의 안구를 ‘정화’시켜준다.
극 중 중력의 영향이 가장 약하고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비밀의 숲에서 아담(짐 스터게스 분)과 에덴(커스틴 던스트 분)이 기암절벽에 거꾸로 매달린 채 나누는 몽환적인 키스장면은 영화의 판타지를 더욱 강화시킨다.
상부세계와 하부세계의 만남이 유일하게 허락되는 트랜스월드의 거꾸로 맞닿은 거대한 사무실 구조부터 아담이 중력을 이용해 개발하는 안티에이징 크림, 상부세계에 가게 된 하부세계의 아담이 화장실에 갔다가 소변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공중으로 치솟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기상천외한 볼거리들이 담겨있다.
이뿐 아니라 ‘소스코드’가 양자역학에서 비롯된 평행세계이론이라는 이론을 토대로, ‘나비 효과’가 카오스 이론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이 영화들처럼 이중 중력의 법칙을 바탕으로 한 ‘업사이드 다운’ 속 두 개의 세상을 두 개의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과학적인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렇다고 영화에 SF 판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담과 에덴의 애절한 로맨스는 감성을 자극한다. 두 사람은 어긋난 중력으로 묘한 ‘업사이드 다운’ 키스를 선보이는 등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영화에 달달함을 더한다.
기존 판타지 영화에 식상함을 느낀 관객이라면 그 ‘뻔함’을 내던지 ‘업사이드 다운’을 보는 건 어떨까. 오는 11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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