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 막장을 가장한 변종 가족드라마
OSEN 조신영 기자
발행 2012.10.30 18: 21

얼핏 보면 막장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 이유가 있는 묘한 변종 가족드라마다.
최근 막장코드를 가득하게 품어 ‘가족극’이라는 타이틀까지 의심을 받았던 KBS 2TV 주말극 ‘내딸 서영이’(이하 서영이)가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시청률이 상승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아버지 삼재(천호진)의 존재를 숨기며 재벌 집에 시집을 가는 서영(이보영)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다루는 이 드라마는 서영이 우재(이상윤)와의 결혼 후 3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며 제 2막이 열렸다. 그 사이 서영과 인연을 끊은 쌍둥이 동생 상우(박해진)는 우재의 동생 미경(박정아)이 연인사이로 발전했고, ‘겹사돈’ 위기에 처한 주인공들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딸 서영의 사는 모습을 지켜보던 삼재가 어느 날 악몽을 꾸고 새벽같이 집 앞을 찾아갔다가 교통사고에 처할 위기에 빠진 사위 우재를 살리면서 두 사람은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나게 됐고, 우재가 생명의 은인인 삼재를 회사에 취직 시키면서 이야기는 새 국면을 맞이했다.
언뜻 보면 이런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그동안 타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막장 중의 막장 코드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서영이’는 그 자체만으로 이 모든 논란을 극복하고 있다. 교묘하게 막장을 이용해 가족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가의 필력을 통해 주인공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의 뒷받침되면서다.
아버지 삼재는 딸 서영이가 몰래 결혼을 한 사실을 알고 난 뒤 180도 변모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아내의 죽음으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무능한 아버지였다. 그가 아내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외면하고 빚 보증, 도박 등으로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뺏어갔기에 독하디 독한 서영을 만들었고, 서영의 거짓말의 원인제공자가 됐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방송 초반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어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던 서영은 지난 방송에서 고달팠던 학창시절과 고등학교 자퇴과정이 그려지며 그 캐릭터 자체로 힘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애달픈 얘기들은 모두가 가해자고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막장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서영이’의 막장코드는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요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다른 환경에 처한 주인공들의 ‘똑같은 거짓말’을 통해 누구는 용서받을 수 있을지, 또는 누군가는 용서 받지 못할 일을 저지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낸 것. 자신의 환경을 속인 서영과 미경의 똑같은 거짓말이 그것이다.
부잣집 딸 미경의 거짓말과 지지리 가난해 어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아버지의 존재를 속인 서영. 같은 거짓말이지만 누군가는 용서 받고, 누군가는 용서 받지 못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다면 거짓말 자체가 나쁜 것인지, 거짓말을 한 사람에 따라 그 거짓말을 달리 보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서영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극적인 전개와 더불어 천호진과 이보영, 박해진, 이상윤, 최정윤, 박정아 등 주연배우들의 열연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서영이’가 가족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오히려 ‘막장’을 이용한다는 느낌을 주게 만들기까지 한다.
이와 관련해 ‘내딸 서영이’ 측 관계자는 최근 “극 초반 막장이라는 지적도 있었고, 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모두가 소현경 작가의 필력을 믿고 각자의 위치에서 좋은 가족극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앞으로 펼쳐질 얘기들 역시 다소 무겁지만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다. 작가가 하려는 근본적인 얘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막장이 아닌 진심이 있는 가족극이라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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