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동렬(49) 감독은 지난 8월 “퀄리티스타트(QS)는 부끄러운 기록이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선발투수들의 목표가 된 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대해 선 감독은“6이닝에 3점을 줬다고 했을 때 평균자책점으로 계산하면 4.5점이다. 결코 선발투수로서 좋은 기록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책점 4점대가 어떻게 좋은 선발 투수인가. 자책점이 1점대 후반, 2점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6이닝 1실점, 7이닝 2실점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4년전 선동렬 감독은 삼성을 지휘했을 때는 "선발투수는 5이닝만 막아주면 좋다."면서 “선발 투수는 6이닝 3실점보다 5이닝 2실점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선 감독은 “선발투수는 5회가 되면 팔이 붓고 구위가 급속하게 떨어진다. 몇 이닝. 몇 개의 공을 던지는 것보다 5회만 잘 버텨주면 좋겠다”고 말하고 “선발투수가 5회 2점으로만 막아주면 그 뒤는 불펜에서 1이닝씩 던져주면 된다”고 불펜진의 강한 책임론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삼성의 불펜진이 강했기 때문에 그런 투수 분담론을 편 것인데 KIA를 맡은 올해는 투수진이 삼성과 비교해서 약해졌으나 윤석민, 김진우 등 일부 선발투수에게는 예전과 같은 6이닝 이상 투구를 맡겼습니다.
국보급 투수’로서 자신이 활약한 20년전과 달리 세월이 흐르고 팀의 환경이 달라진 여건에서 선발투수에 대한 지론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그의 방침을 알 수 있습니다.
세월이 바뀌었어도 어쨌든 선발투수는 5회 이상, 4~5회는 던져주어야 좋습니다.
그래야 팀의 투수진 운영에 도움이 되고 투수 본인에게도 자신감과 책임감이 붙습니다.
하지만 2012 포스트시즌에는 이런 상식을 파괴하는 감독들의 선발투수 기용이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선발투수의 교체 타이밍이 성급하다는 감을 주는 경우가 몇 차례 보였습니다.
'선발투수는 갑자기 부상을 당하거나 예상치 않은 변수가 생기기 전에는 최소 4, 5회까지 2, 3실점은 허용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맡겨야 상식입니다.
상식을 파괴하면 시리즈 전략이 뒤죽박죽 될 수 있습니다.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롯데는 초반에 3점을 선취해 3-2로 앞선 상황에서 4회들어 선발 유먼이 4번 이호준이 삼진을 당한 다음 1사후 박정권에게 2루타를 얻어맞자 양승호 감독은 유먼을 강판 시키고 송승준을 기용했습니다.
유먼의 이날 투구가 다른 때에 비해 스피드와 제구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롯데 벤치의 결단이었습니다.
유먼은 마운드에서 더 던지고 싶어하다가 결국 강판했는데 자신의 투구 내용에 한심해서인지, 벤치의 판단에 불만이 있어서인지 덕아웃에 들어가 글러브를 팽개치고 화를 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롯데가 긴장감이 고조되고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SK 김강민은 내야땅볼을 때렸는데 2루수 박준수가 상체를 제대로 숙이지 않는 바람에 글러브 밑으로 빠져나가 동점이 됐고 송승준은 다음 5회에 2실점, 이어나온 김성배도 한점을 내주어 결국 3-6으로 역전패,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2년 연속 좌절됐습니다.
올해 경기당 6 1/3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한 유먼의 투구가 예상보다 못했지만 다른 투수들의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먼에게 1~2이닝 정도 더 던지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2연승한 삼성은 3차전 선발로 배영수가 나갔습니다.
배영수가 1회말 1실점을 하고 3회초 공격에서 6점을 대겨 얻은 뒤3회말 3안타로 2실점하자 삼성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과 심창민을 잇따라 등판 시켰습니다.
삼성의 필승 카드가 조기에 투입된 것인데 조급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3회초 삼성이 대량득점에 성공해 팀 전체가 살아났고 이날 경기가 다득점으로 전개될 상황이어서 배영수를 일찌감치 강판 시킨 것은 벤치가 3연승을 위해 서두른 감을 줍니다.
이날 SK도 절박감이 지나쳤습니다.
부시를 선발로 세웠는데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3회에 부시가 번트 수비 실수를 하자 마운드를 교체했는데 구위나, 타자 상대 요령이 괜찮아 보여 역시 성급한 강판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5-6으로 추격한 6회에 박정배 대신 송은범을 기용한 것도 빠른 판단으로 평가됩니다.
박정배가 1실점했으나 비교적 잘 던지고 있었기 때문에 비중이 큰 송은범 투입은 다음 경기를 망칠 수도 있는 경기 운영으로 보입니다.
거짓말처럼 6회말에 6점을 뽑아 뒤집었기에 망정이지 박정배는 한 두 이닝 더 던지게 하는 게 원칙입니다.
선동렬 감독의 4년전 선발-5이닝, 이후 불펜진 기용이 한국프로야구계의 대세가 됐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바뀌려 하고 있습니다.
선발투수를 더 빨리 강판 시키는 최근의 추세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