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상을 받아 죄송하다", "마지막 인삿말은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전하지 않을까 싶네요."
때론 감동이 있고 때론 웃음이 넘치는 수상 소감이 대종상 시상식을 유쾌하게 물들였다. 상을 받아 미안하기까지 한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30일 여의도 KBS홀에서는 배우 신현준·김정은의 사회로 제 49회 대종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축하무대로 포문을 연 가수 박진영은 스스로를 "영화배우 박진영"으로 소개하며 화끈한 댄스 퍼레이드를 펼쳐 눈길을 모았다. 올해 개봉한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 주연을 맡아 지난 1994년 가수로 데뷔한 이력에 '영화배우'가 추가된 것을 영화 시상식에서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
이 밖에도 이날 박진영은 축하무대를 꾸미며 여배우들에게 "왜 다가가기만 해도 겁을 내죠?"라고 말해 임수정, 엄정화, 조민수 등의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배우 김성균은 영화 '이웃사람'으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멋드러진 소감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그는 "'범죄와의 전쟁'이 물속에서 나를 끄집어낸 작품이라면 '이웃사람'은 인공호흡을 해준 작품"이라며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두 작품들에 감사를 표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신을 '여배우'로 만들어준 캐릭터에 감사를 표한 배우 김해숙의 수상소감도 눈길을 모았다. 영화 '도둑들'을 통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김해숙은 "엄마 역할을 도맡아 했는데 사랑할 수 있는 멋진 여배우로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수 있었던 기회에 기쁨을 드러냈다.
배우 류승룡의 수상 소감은 엉뚱하면서도 의미있었다. 그는 "영화 '광해'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수상소감을 밝히겠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는 이어 "10년 전만 해도 40대 배우들이 크게 역할을 못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안성기, 최민식 선배님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꽃미남 전유물이었던 시대를 바꿔주신 송강호, 설경구, 김윤석 선배에게도 감사하다"며 달라진 영화계 풍토에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관객석의 가장 뜨거운 함성을 이끌어낸 것은 배우 이병헌이 영화 '광해'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때였다. 해외에서 영화 촬영을 하느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병헌을 대신해 대리 수상한 그의 소속사 대표는 "이병헌 씨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이런 인삿말을 했을 것 같다"며 "소속사 BH 식구들과 어머님, 그리고 1100만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할 것 같다. 또 마지막 인삿말은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전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병헌의 공개연인인 배우 이민정을 언급해 시상식장을 순식간에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영화 '피에타'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배우 조민수는 여우주연상 수상의 기쁨을 울먹이며 전했다. 그는 "어린 조카가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이모 내 친구들이 이모 모른데요. 일 좀 많이 해요'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그 친구들이 조민수라는 이름을 안다고 한다"며 "배우는 잊혀지지 않고 사람들한테 이름이 불려질 때 살만한 것 같다. '피에타'는 평생 잊지 못한 멋진 선물을 줬다"는 말과 함께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으로 깊은 감동을 안겼다.
시상을 위해 무대에 선 시상자들의 유쾌한 말들도 이어졌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 위해 자리한 배우 박해일은 자신을 이상형으로 꼽은 여배우들 중 기억에 남는 주인공이 있냐는 질문에 "다 지난 일이고요,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다"며 시크한 반응을 보여 관객석의 웃음보를 터뜨렸고, 이날 MC 호흡을 맞춘 배우 신현준-김정은 은 티격태격 하는 진행 솜씨로 KBS 2TV 월화드라마 '울랄라부부'를 보는 것 같은 찰떡 호흡으로 내내 유쾌함을 안겼다.
그런가하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광해'의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의 말은 이번 시상식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최고의 어록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오늘 너무 기쁜데 많은 영화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다.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을지 몰랐는데 죄송하단 말 드리고 싶다"라고 말하며 수상의 '미안함'을 표현했다.
sunh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