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관객 ‘광해 VS 도둑들’, 왜 대종상 희비 갈렸나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10.31 07: 57

올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와 ‘도둑들’이 대종상 영화제에서 희비가 극명히 엇갈렸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홀에서 열린 제 4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광해’는 15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영화로 주목받았고 ‘도둑들’은 단 1개의 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올해 개봉한 영화 ‘광해’와 ‘도둑들’은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기록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 해에 천만 영화 한 편도 나오기 어려운데, 무려 두 영화가 순차적으로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것. 

‘광해’와 ‘도둑들’의 이 같은 대성공은 자연스럽게 연말 영화제 시상식에서 어떤 작품이 얼마나 많은 상을 수상할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천만 관객을 기록한 두 영화가 연말 영화제 시상식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그 노미네이트부터 양극단으로 나뉘었다.
‘광해’는 대종상 영화제 주요 9개 부문 중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추창민 감독), 남우주연상(이병헌), 남우조연상(류승룡) 등 4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반면 ‘도둑들’은 작품상에서 탈락되고 감독상(최동훈 감독), 여우조연상(김해숙) 단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그 결과 ‘광해’는 노미네이트된 상을 모조리 챙겼고 이 외에도 의상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기술상, 조명상, 편집상, 기획상, 시나리오상, 촬영상, 영상기술상을 수상, 인기상 등 총 23개 부문에서 15개 부문 상의 영예를 얻었다. 이에 반해 ‘도둑들’은 고작 여우조연상만을 가져가야 했다.
네티즌들은 시상 결과에 의문을 갖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광해’의 작품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아니지만 사상 유례 없을 정도의 대종상 싹쓸이 수상으로 독식을 했기 때문. 더욱이 나란히 천만 관객을 넘게 동원한 두 영화의 극과 극 결과는 이런 논란에 또 다른 화두를 던지기에 충분했다.
'도둑들'이 감동이나 눈물 없이 러닝타임 내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케이퍼 장르 무비였다면, 사극드라마 '광해'는 대선정국과 맞물려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상'이라는 메시지까지 전달하며 강한 주제의식을 선보였다. 하지만 '도둑들' 역시 관객들에게 스토리 텔링과 액션 등에서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 것을 상기하면 결국 오락 장르물은 대종상에서 찬밥 신세일 수 밖에 없다는 기존 영화계 속설을 확인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에는 개봉 시기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도둑들’은 7월, ‘광해’는 9월에 개봉하면서 대종상 영화제 일반인 심사가 이뤄진 기간과 비슷하게 맞물린 덕을 ‘광해’가 얻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대종상영화제는 처음으로 일반심사위원 제도, 당일 심사 영화는 당일 공개, 최고 10점부터 최하 5점까지 점수화 시켜 평가를 내리는 방식 등 새로운 심사제를 도입, 어느 때보다도 공정성에 힘을 쏟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런 정당한 기준을 제시했음에도 불구, 결과론적으로 대종상영화제는 또 한번의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도둑들'과 '광해'의 서로 다른 표정은 영화제용 영화와 아닌 영화라는 간극의 차를 더욱 넓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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