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받아들었지만 배우 이민호와 류덕환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기엔 충분한 여정이었다.
SBS 월화드라마 ‘신의’(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 신용휘)가 지난 30일 24회로 종방 된 가운데 이민호와 류덕환의 명품 연기가 마지막까지 드라마를 묵직이 뒷받침했다.
이민호는 ‘신의’에서 왕의 호위 부대 우달치 대장 최영 캐릭터를 연기했다. 호위대장 캐릭터가 기존 사극에서 호방한 모습으로 그려졌던 것과 달리 ‘신의’ 속 최영은 국권을 잃은 고려말 희망 없는 시대 속에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그려져 이목을 끌었다.

원의 폭정으로 왕을 비롯한 고려의 모든 사람이 절망에 빠졌을 때, 직언으로 주권자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고, 그로인해 공민왕(류덕환)을 개혁군주로서 절치부심하도록 만든 것이 모두 최영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이를 연기한 이민호는 본인 스스로도 목적 없이 이어지는 삶에 진절머리 치면서도, 왕의 호위부대장이라는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직분을 감당하고 마는 최영 캐릭터의 내적갈등을 차분하면서도 분노감이 느껴지는 호연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최영이 진정한 군주로 옹립한 공민왕 캐릭터로 분한 류덕환은 ‘신의’를 통해 걸출한 배우의 연기를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온몸으로 입증했다.
어린 시절 원의 볼모로 잡혀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찾지 못한 채 분노감만 쌓인 무력한 군주였던 공민왕은 극이 전개 될수록 눈부신 변화를 보이며 진정한 왕으로 거듭났다. 공민왕은 백성들과 신하들의 자발적 지지가 만들어내는 명분의 중요성을 깨달아 폐위의 위기 앞에서도 그 무서운 힘을 등에 업어 끝내 고려왕의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권위가 무엇인지를 증명했다.
풍전등화와도 같은 고려와 고려왕의 상황을 극 초반 감출 수 없는 불안감으로 드러낸 류덕환은 극이 전개될수록 주권국가의 당당한 군주로 변모하며 ‘신의’ 속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노국공주(박세영)와의 애틋한 사랑과 이를 표현한 류덕환의 섬세한 연기는 전반적으로 어두웠던 ‘신의’의 분위기에 한줄기 빛과 같은 순간을 탄생시키며 가슴을 울리는 로맨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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