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종영, 판타지 무협사극 매력은 어디에?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10.31 07: 35

판타지 무협사극 장르를 기대한 시청자에겐 다소 아쉬운 순간이 많았던 여정이었다.
SBS 월화드라마 ‘신의’가 지난 30일 24부작을 끝으로 종영됐다. 이날 ‘신의’에서는 은수(김희선)가 빙공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최영(이민호)을 구하기 위해 현대의 삶을 버리고 시간여행자 되기를 자처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간 등장한 화타의 유물은 결국 시간여행을 거듭한 은수 자신의 물건으로, 은수는 이 같은 반복된 시간여행을 통해 끝내 최영과 재회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이루는 것으로 최종 마무리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과 달리 ‘신의’는 판타지 무협사극을 표방한 장르 드라마. 여기에 올 한 해 드라마에 유독 많이 등장한 타임슬립 소재가 동원되며 장르의 특별함을 배가시킬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신의’에선 판타지 소재를 정작 찾아볼 수 없었다. 극 초반 노국공주(박세영)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천혈을 통해 2012년의 현재로 타임슬립한 최영(이민호)의 시간 이동 외에는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는 특별한 능력을 드라마틱한 상상력으로 메운 부분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극 초반 불을 쓰는 화공의 고수 화수인(신은정)과 소리에 대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음공의 고수 천음자(성훈) 등 내공의 고수들이 월등한 공력을 펼치는 모습이 CG로 구현되며 판타지 사극 장르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극 후반부 이 같은 모습 역시 자취를 감췄다.
최영에 의해 고려시대로 타입슬립한 성형외과 전문의 은수의 어정쩡한 위치도 아쉬움을 남겼다. 원의 지배를 받는 암울한 고려말기 공민왕(류덕환)을 진정한 왕으로 옹립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는 게 초반 소개된 은수의 몫이었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은수의 극 속 비중은 최영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것으로 국한되고 말았다.
아쉬움이 남는 전개지만 ‘신의’ 속 감칠맛 나는 배우들의 연기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들어두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하늘세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권력에 집착한 기철 캐릭터의 배우 유오성과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그리고 풍전등화 속 유약했던 군주의 모습에서 진정한 왕으로 거듭난 공민왕 캐릭터의 배우 류덕환의 품위 있는 모습, 여기에 분노를 품은 채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해 고군분투한 왕의 호위무사 최영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이민호와 그의 슬픔은 풍성한 살결이 되어 골격이 약한 ‘신의’를 떠받쳤다. 
한편, ‘신의’ 후속으로는 SBS 새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 연출 홍성창)이 내달 5일부터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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