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는 끝까지 약속 지켰다…롯데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31 06: 15

이제는 야인이 된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52) 감독, 결국 자기가 했던 말에 책임을 졌다.
30일 롯데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승호 감독의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롯데 장병수 대표, 배재후 단장, 양승호 감독은 자리를 갖고 양 감독의 자진사퇴를 수락하기로 했다. 이로써 2010년 11월 1일 롯데 자이언츠 14대 감독으로 취임했던 양 감독은 3년 계약 가운데 2년만 채우고 낙마하게 됐다.
롯데 감독자리는 독이 든 성배와 같다. 로이스터 감독은 3년 연속 가을야구에 롯데를 보냈지만 큰 경기에서 약하다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고, 양 감독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음에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뜨거운 야구열기, 구단의 야구에 대한 관심 모두 긍정적인 요소지만 때로는 양 감독을 위축시켰다. 일부 팬들은 롯데 성적이 안 좋을 때 양 감독의 가족 번호까지 알아내 협박을 일삼았다. 심지어 올해 준 플레이오프때는 양 감독이 묵고 있는 호텔에 전화를 거는 일까지 있었다.
특히 구단의 선수기용 개입은 팀이 와해되는 지름길이다. 2000년대 초중반 롯데의 성적이 안 좋았던 것은 두 명의 사공이 배를 끌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양 감독은 취임 당시 "2년 내에 반드시 우승을 시키겠다. 만약 우승을 못 시키면 내가 먼저 옷을 벗겠다. 대신 2년 간 구단에서 선수기용에 대해 일절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롯데는 이를 승낙했고, 양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자 곧바로 사의를 표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 플레이오프 5차전 후 했던 "감독이 잘못했다. 무한 책임을 느낀다"는 양 감독의 마지막 공식 인터뷰는 자진사퇴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30일 롯데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양 감독은 2010년 10월 감독계약 당시 향후 2시즌 이내에 한국시리즈에 반드시 진출시키겠다고 약속했다"고 명시해 양 감독의 말을 뒷받침했다. 롯데 배재후 단장 역시 "계약 당시 양 감독이 '우승 시켜달라고 불렀으니 2년 내에 한국시리즈에 가겠다'고 공언했고 장병수 대표은 기분 좋게 '꼭 그렇게 해 달라'고 당부했었다"고 전했다.
2년 동안 롯데를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실패한 양 감독은 약속은 못 지켰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졌다. 여기서 떠오르는 건 올해 초 시무식에서 장병수 대표이사가 했던 발언이다. 그는 "20년 동안 우승을 못 했다. 그 동안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정말 창피하고 남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우승에 실패했으니 롯데는 다시 '남사스러운 일'을 당한 셈이다. 일단 양 감독은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스스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과연 올해 롯데가 우승하지 못한 건 양 감독 혼자만의 책임일까. 사실 올 시즌 롯데는 전력 감소요인이 많았다. 정대현과 이승호가 영입됐지만 정규시즌에는 큰 활약을 못 했고 오히려 이대호와 장원준이라는 기둥 2개가 뽑혀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감독은 최소한의 역할을 다 했다.
남은 건 롯데 구단이다. 다시 우승에 실패한 롯데, 과연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질 것인가. 그들의 추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과연 롯데는 양 감독 한 명만을 희생양으로 삼을까, 아니면 공동 책임의식을 갖고 이에 걸 맞는 행보를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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