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25·SK)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이만수(54) SK 감독의 얼굴이 환해졌다. 4차전 호투에 대해 한 번 웃었고 마지막까지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에이스의 투지에 두 번 웃었다.
김광현은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3차전 패배를 잔뜩 벼르고 나온 삼성 타선을 틀어막으며 팀의 4-1 승리에 주춧돌을 놨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벌써 포스트시즌 2승째다. 아끼고 또 아꼈던 김광현 카드가 4차전에 적중함에 따라 SK는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리며 잠실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30일 문학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김광현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경기 전 불펜에서 (김)광현이가 던지는 걸 본 순간 승리를 예감했다.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겠다”라고 말한 이 감독은 김광현이 팀에 기대에 부응했다며 활짝 웃었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음에도 자신의 힘을 모두 짜낸 것을 높게 평가했다.

이 감독이 흐뭇해하는 부분은 또 있다. 불타오르는 김광현의 투지다. 이 감독은 4차전 전부터 “김광현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하다”며 성공을 확신했다. 실제 김광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부욕을 과시하며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강속구와 화려한 세리머니로 동료들에게 승리에 대한 확신을 불어넣었다. 다른 선수도 아닌 ‘에이스’ 김광현의 몸짓에 SK 선수들은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다.
팀이 한국시리즈 첫 두 경기에서 모두 지며 위기에 몰렸을 때 김광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승반지 세 개를 모두 경기장에 가져와 동료들에게 보여줬다. 예전의 기억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4차전에서 스스로 그것을 증명해보임으로써 자신의 몫을 다했다.
4차전에 등판한 김광현은 이제 남은 한국시리즈 등판이 불투명하다. 이 감독은 30일 “어깨가 많이 뭉쳐 있는 상황이다. 31일까지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회복력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광현은 4차전 이후 “기회가 된다면 중간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말만 들어도 얼마나 좋나. 더할 나위가 없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김광현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SK도 6차전 이후에서는 김광현을 한 번 더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광현의 투지를 발판 삼은 SK는 31일부터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남은 일정에서 2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