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역전패했다. 3회까지 6-1로 앞서 있었지만 결국 8-12로 뒤집혔다. 특히 삼성이 자랑하는 막강 불펜이 무너졌다. 4회부터 차우찬 심창민 권혁 안지만을 줄줄이 올렸지만 SK의 달아오른 방망이를 식히지 못했다.
이를 반대편 불펜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SK 마무리 정우람(27)은 머릿속은 복잡했다. 물론 팀이 경기를 뒤집어 기뻤다. 침통하던 불펜에도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이 복잡해졌다. “만약 내가 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물음 때문이다. 적이지만 동업자라고도 할 수 있는 삼성 불펜이 속절없이 무너진 데서 해법을 찾으려고 애썼다.
정우람은 그 때 상황을 떠올리며 “아무리 좋은 투수가 올라온다고 해도 한 번 분위기가 오른 타선을 상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했다. 또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봤는데 수비도 껄끄러웠을 것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던져야 할까를 많이 생각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처럼 불펜 투수들은 포스트시즌 들어 더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팽팽한 접전이나 위기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큰 무대인데 상황도 어렵다보니 몸은 두 배로 힘들다. 정우람도 “점수차가 좀 벌어져 있을 때는 맞아도 여유가 있다. 승부를 빨리 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1~2점차의 근소한 상황에서는 집중력이 달라진다. 제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고충을 설명했다.
정우람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해있다. 정규시즌에서 많이 던져 체력적으로 지쳐 있는데다 포스트시즌 들어 구위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우람은 “내가 150㎞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잖나. 언제든지 맞을 수 있다. 그런데 1경기 못 던지면 주위에서 뭐라 하더라. 심적으로는 많이 힘들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워낙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정우람은 “결국 결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정우람은 “주위의 평가에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 ‘아직 부족하다’, ‘멀었구나’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다잡게 된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정우람은 “내가 못 던져도 남은 투수들이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집중해 던지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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