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프로 선수냐는 이야기를 했다더라. 역시 대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경기의 4번 타자로서 부담감을 스스로 극복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SK 와이번스의 4번 타자 이호준(36)이 상대방 중심타자의 이야기에 감화되었다며 자신의 사고 방식도 바꾸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올 시즌 127경기 3할 18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4번 타자로서 부활, SK의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끌었던 이호준은 이번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 2할3푼1리(13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 중이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부터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이호준은 4차전 상대 선발 미치 탈보트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려내며 상승세를 예고했다.

31일 잠실구장에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준비하던 이호준은 “감을 잡은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주위에서 해주셨는데 그 감을 잡았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경기가 끝나봐야 아는 것 아닌가”라며 웃은 뒤 “3차전에서 안지만을 상대했을 때를 리플레이로 보는 데 안지만의 공이 이미 지나가고 있는데 방망이는 나오지도 않았더라. 정말 그 순간을 보고 ‘멘탈 붕괴’ 상태에 휩싸였다”라는 말과 함께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3차전 막판 솔로포와 4차전 2루타를 통해 기운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인지 이호준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무엇보다 팀이 2연패 후 2연승으로 반격에 성공하며 시리즈 향방을 원점으로 맞췄기 때문인지 그에 대한 부담감을 벗어던진 느낌이 들었다.
그와 함께 이호준은 지인과의 통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 선수의 인터뷰를 인용해서 지인이 조언을 해줬는데 많은 것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시즌 가장 큰 경기에서 중심타자로서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도망가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맞서겠다는 각오였다.
“큰 경기 부담감이나 중심타자로서 압박감에 대해 ‘이 정도를 못 이기면 어떻게 프로 선수인가’라고 답했다더라. 역시 대선수인가보다 싶었다. 나는 그동안 그 부담감 때문에 절로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후 나도 부담이 크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바꾸고 있다”.
이호준을 깨운 대답을 한 장본인의 정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려졌다. “저 쪽에 있잖아요. 3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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